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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깨어 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등록 2010-02-04 11:14 수정 2020-05-03 04:25
〈깨어 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깨어 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박동천 지음, 모티브북(02-3141-6921) 펴냄, 2만5천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교사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직후인 1월19일 한 단체가 성명을 냈다. “연일 이어지는 사법부의 ‘황당 판결’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성명을 낸 단체는 자유주의진보연합.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자유주의와 진보라…. 이는 진보의 핵심 가치이자 진보 세력이 주로 쓰는 용어들 아닌가. 사실 자유주의진보연합은 지난해 7월 뉴라이트 인사 몇몇이 모여 만든 단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감하게 반대쪽 진영의 핵심 키워드를 자신들의 간판으로 활용한 것이다.

진보 세력의 더 큰 문제는 의제 불임증이다. 4대강 추진, 외고 폐지론, 지방자치단체 통합, 미디어법 개악, 세종시 수정 등 집권 여당은 뭔가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야당들은 이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국민은 어떤가. 촛불시위에 이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따른 서거 때 수백만 명이 조문하며 슬퍼했지만, 야당 지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무슨 문제가 있기에 핵심 구호를 도용당하고, 사회적 의제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결국 국민(사실은 이념적으로 중도인 이들)으로부터 외면받는 것일까? 은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시도한다.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친독재 세력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한껏 누리면서 오히려 결속력과 전술적 세련도를 강화했지만, 과거의 민주화 세력은 ‘진정한 진보’와 ‘실질적 민주주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중구난방 다투는 사이에 1987년 체제마저 위협받는 아이러니를 낳은 것… 진보 세력이 어젠다를 상실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들은 또한 노무현 정권이 담론투쟁에서 패배한 이유와 상당 부분 겹친다.”

그렇다. 문제는 담론투쟁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프레임 문제’다. 저자는 진보가 진보답지 못하게 지역감정, 권력숭배, 선험주의, 민족주의라는 보수적인 고정관념의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고정관념들이야 진보와 보수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그 성격 자체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며, 실제로도 진보 진영의 정치의식이 새롭고 즐거운 상상력으로 충전되는 길을 철저히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레닌 재장전〉

〈레닌 재장전〉


바디우·지젝·이글턴·제임슨 외 지음, 이현우·이재원·한보희·최정우 외 옮김, 마티(02-333-3110) 펴냄, 2만2천원

손꼽히는 비판적 지식인들이 레닌을 다시 생각한다. 그들은 왜 레닌의 주위를 서성이는가. 고전이 된 마르크스나 이미지가 소비되는 체 게바라처럼 살균돼 유통되는 혁명가들과 달리 레닌은 진보 진영을 위한 강장제다. 저자들은 레닌의 행동을 그대로 현실에 적용하기보다는, 레닌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환기하는 데 주력한다.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김두식 지음, 홍성사(02-333-5161) 펴냄, 1만3천원

저자는 ‘골수’다. 대학 1학년 때 극적인 신앙 체험을 한 뒤 말씀 묵상을 하며 일기를 적었고, 절반은 고시생이었으나 나머지 절반은 신학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학 서적을 탐독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그런 골수가 성경답지 못한 교회에 대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전작 처럼 현실에서 느끼는 첨예한 문제를 섬세하게 끌고 나간다.


〈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

〈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


필리프 사시에 지음, 홍세화 옮김, 이상북스(02-6082-2562) 펴냄, 1만5천원

지난 10년간 잊혀졌던 언어가 되돌아오고 있다. 똘레랑스도 그중 하나다. 똘레랑스를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나의 자유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남의 자유를 인정하는 하나의 윤리이며, 각 개인이 보다 우월한 원칙을 위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반하여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진정한 덕목.” 한국의 똘레랑스 전도사 홍세화가 옮겼고, 출판사 쪽이 그와 한 인터뷰도 길게 실렸다.


〈세계사 특강〉

〈세계사 특강〉


캔디스 고처·린다 월튼 지음, 황보영조 옮김, 삼천리(02-711-6196) 펴냄, 2만8천원

21세기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세계사 흐름을 반영한 ‘세계사’ 책이다. 그리스·로마, 중세시대로 이어지는 서양사의 관점을 탈피했다. 세계사의 큰 그림 속에서 다문화와 공존의 근거를 찾는다. 예를 들어 1장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류가 5대양 6대주로 퍼져나가며 지구를 식민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중해, 인도양 해로, 비단길 등 교역과 교류와 접촉의 경계에서 새로운 문화가 잉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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