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상실의 시대였다. 좋아하고 존경했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고, 2PM의 재범은 한국을 떠났고, 문화방송 의 손석희는 TV를 떠났다. 자의처럼 보였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빵꾸똥꾸들’에 의한 것이었음을 안다. 그러니 서울 광화문 화단에 꽃을 심건 스노보드를 타건 구경 갈 시간도 같이 갈 애인도 없는 나로선 “성질이 뻗쳐서!”를 외치면서도 TV 속 남자들, 즉 ‘그림의 떡’을 찾아다니며 눈과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밖에.
그래서 새해에도 활약이 기대되는 남자를 먼저 꼽자면 역시 문화방송 에서 비담이라는, 사극 사상 전무후무하게 섹시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남길이다. 지난가을, 흙먼지 날리는 세트장에서 목소리가 유달리 좋은 그를 인터뷰하고 기사를 쓴 뒤 그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의 부럽다는 전화를 어느 때보다 많이 받았다. 심지어 2월에 엄마가 되는 한 친구는 아이의 태명을 ‘비담’이라고 지었다는데, 회사 일에 지쳐 돌아온 남편의 유일한 낙이 비담을 보는 거였기 때문이란다.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것처럼 강렬한 남자가 현실에서는 조금 부담스럽다면 SBS 에서 소심하지만 책임감 강하고 배려 깊은 남자 강현수를 연기한 정경호도 있다. 초식동물처럼 호리호리한 체격에 착하게 생긴 얼굴이 일상적인 연기와 만날 때의 매력은 어지간한 재벌 2세보다 큰 것이어서,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여사원 몇몇은 소개팅에서 꼭 만나고 싶은 스타일이라며 그를 열렬히 지지했다.
일상 속의 남자들이라면 문화방송 의 이지훈(최다니엘)과 정준혁(윤시윤)을 빼놓을 수 없다. 부장님 몰래 땡땡이치는 회사원을 연기한 CF로 얼굴을 알렸던 최다니엘은 한국방송 에 이어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 그러나 현실에서는 도통 보기 힘든 매력으로 커리어 굳히기에 들어갔고,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고등학생 역이 어색하지 않은 윤시윤은 최근 에서 ‘내 팬티를 누가 빠는가’에 대한 심오한 깨달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존재를 알렸다.
첫 회가 방송된 다음날 사무실 분위기를 마치 H.O.T 데뷔 다음날의 여중 교실처럼 술렁이게 했던 SBS 의 차강진(고수) 아역 김수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요즘 제일 매력적인 남자는 한국방송 의 박성광이라 하겠다. 세상에, 요즘 같은 시절 그것도 한국방송에 나와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 1등만 성공하는 더러운 세상!” 같은 ‘반동적’ 구호를 외치다니 비록 술기운이라도 그보다 더 섹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그래, 니들 땅 사라, 땅 부자 돼! 근데 강부자씨는 뭔 강을 사서 강부자냐?”라는 절묘한 유머 감각까지, 2010년에는 세상에 이런 남자들이 좀더 많아지면 좋겠다.
최지은 기자·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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