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저 커플, 당장 구속시켜!

등록 2009-06-18 16:59 수정 2020-05-03 04:25
<개그콘서트>

<개그콘서트>

노홍철과 장윤정이 열애 중임을 밝혔다. 세븐과 박한별도 무려 7년간 ‘심증도 있고 물증도 있으나 자백은 없었던’ 열애설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문화방송 의 ‘우리 결혼했어요’에는 실제 커플인 황정음과 김용준이 매주 출연해 애정을 과시한다. 바야흐로 커플이 창궐하는 계절, 우울한 시국에 싱글들은 더더욱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개그우먼 박지선의 말대로 “지금, 황금 같은 주말 저녁에 집구석에서 을 보고 있는 우리 여성분들!”의 일원인 나는 말 그대로 집구석에서 한국방송 를 보다가 드디어 마음 붙일 코너 하나를 찾아냈다.

‘그냥 내비둬~’는 시골에서 올라와 지하철이며 놀이공원이며 서울 구경을 다니는 시골 아저씨들(이수근·장동혁) 앞에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닭살 커플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기골이 장대한 여자친구(김민경)가 예뻐 어쩔 줄 모르는 꽃미남 애인(송병철)은 “으응, 민경이는 버스 타기 시로! 사람들 냄새나!”라고 떼쓰는 여자친구를 “애기야, 오늘 하루만 서민 체험 하자”며 달래고 ‘애기 전용 손잡이’로 제 팔뚝을 내민다. 손담비보다, 전지현보다 훨씬 예쁜 ‘애기’에게 ‘오빠’는 손톱만 한 사탕을 꺼내서 “사탕이 민경이 얼굴보다 더 크다”는 사실 왜곡을 일삼고 ‘애기’가 먹던 사탕을 버리려고 하면 “안 돼요. 민경이 전용 휴지통에 버려야지요~”라며 입을 벌리는 식이다.

당장 “구속시켜!”를 외치고 싶은 이 광경에 다행히 먼저 재를 뿌려주는 것이 이수근과 장동혁이다. “우리 애기는 오빠의 어떤 점이 좋아?”라는 뻔한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욕 처먹기 딱 좋아!”라며 버럭 끼어들고 “쟤는 말이여, 눈에 콩깍지가 씐 게 아니라 귀신이 씐 겨!”라는 직언도 아끼지 않는다. “저놈을 보니 갑자기 스포츠카가 생각나는구먼. 밟고 싶네. 하염없이 밟고 싶어!”나 “이것들 하는 거 보면 비폭력주의자 간디도 ‘선빵’을 후려칠 겨~” 등 분노의 표현들 역시 주옥같다.

때마침 최근 문화방송 〈PD수첩〉에서는 5월 초 명동에서 있었던 촛불집회 당시 경찰이 인근에서 데이트 중이던 커플을 연행했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항의하는 이들에게 경찰은 “왜 데이트를 명동에서 하냐”고 했단다. 시위하는 거 알면서, 만났으면 바로 집에 가지 왜 거기 있었냐는 친절한 조언도 덧붙였단다. 그렇잖아도 “민경이, 명동에서 꼭 해보고 싶은 거 있어, 프리허그!” 따위에 심기가 불편해 있던 나로선 몹시 반가운 일이다. 그러니 각하께서 기왕 하는 김에 명동뿐 아니라 주말 소개팅의 메카인 서울 강남역이나 대학생 커플들의 향락지인 신촌에도 남아도는 경찰력을 투입해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한다. 서울광장에서 기예 펼치지 마시고. 코엑스몰 같은 커플의 온상은 아예 차벽으로 감싸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다. 그러니까 애초에 왜 데이트를 서울 시내에서 하나. 억울하면 집에 가라. 그래도 굳이, 유난스럽게도 명동에서 데이트를 해야겠다면 무릎보호대와 헬멧을 착용하고 만나길 권한다. 프리허그 푯말 들고 있다가 정권 퇴진 피켓으로 ‘오해한’ 경찰 쇠봉에 맞거나 연행되는 수가 있다.

최지은 기자·10asia.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