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기 전까지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살았던 나는 늘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렇게 ‘기자’가 되고 싶어할까? 세상에 다른 직업이 얼마든지 많은데, 왜 굳이 기자처럼 험하고 불규칙하고 스트레스 심한 일을 하려고 할까? 글을 쓰고 싶다면 자기 글을 쓰면 되고, 돈을 벌고 싶다면 일반 기업이 있고, 혹시라도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서라면… 그래서라면, 정말 그런 기사를 쓰면 될 텐데 막상 기자가 되고 나선 별로들 쓰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 와중에 요즘 방송되는 문화방송 는 기자와 언론, 언론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계속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다. 왕년에 거물급 조폭이던 조용덕(백윤식)은 15년 만에 세상에 나와 자신을 감옥에 집어넣은 재벌 총수이자 거대 언론사 의 사장이며 유력한 대권주자인 최 회장과 맞서기 위해 쌈짓돈을 털고 옛 부하들에게 ‘삥’을 뜯어 를 창간한다. 조용덕과 팀을 이루는 진도혁(이준기)은 삼류 주간지 기자 출신이지만 약자의 편에서 희망을 주는 기자였던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으려 노력하며 에서 뛰기 시작한다.
사실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와도 같은 독립언론과 족벌언론의 싸움은 현실에서도 하루이틀 봐온 것은 아니지만 정권이 바뀌고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되며 판세가 점점 기이해지는 요즘 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서민을 위한 청렴한 기업가, 한국 경제를 일으킨 장본인,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사실은 공적·사적으로 비리와 악행에 휩싸인 인물이라는 사실은 특히 낯익다.
하지만 “언론권력이라는 게 원한다고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라는 강해성(엄기준)의 말대로, 고작 독거노인의 강아지를 찾아주고 감사 인사를 들은 정도로 가 영향력을 얻을 리는 만무하다. 보복성으로 감정적인 기사를 낸 뒤 나중에야 “그런 사람 아니란 거 알아요”라고 사과하는 수준의 프로 의식이라면 ‘대세’가 되기란 요원해 보인다. 과거 최 회장의 재개발사업을 도우며 폭력을 저질렀던 조용덕에게 “15년간 감옥에 계셨으니 죄책감 가지실 필요 없어요”라고 위로하는 진도혁의 ‘기자 정신’은 때때로 종잡을 수 없고, 상대에게 정체와 전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태도는 어설퍼서 아슬아슬할 정도다.
그럼에도 나는 가 진짜 ‘할 말은 하는 신문’으로 자리잡아 에 한 방 먹일 날을 기다린다. 그런 의미에서 가 다뤄주었으면 하는 기사 아이템 몇 개 제보한다. 왜 야권 정치인의 금품 수수 ‘의혹’은 대문짝만하게 나는데 무혐의 판결 소식에는 지면을 할애하지 않을까? 왜 용산역은 아직도 ‘용산참사역’으로 불릴 수밖에 없을까? 왜 검찰이 ‘떡검’ 소리 들을 일만 터지면 연예인 스캔들이 포털 메인을 도배할까? 왜 광화문 광장은… 아니, 더 떠들면 잡혀갈지 모르니 그만해야지.
최지은 기자·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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