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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듯 즐거운 미국판 ‘세 남자’

미국 시트콤 <두 남자와 1/2>
등록 2009-12-04 10:33 수정 2020-05-03 04:25
미국 시트콤 <두 남자와 1/2>

미국 시트콤 <두 남자와 1/2>

남자들은 말한다. “여자가 셋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여자들은 말해도 좋다. “남자가 셋 모이면 집안이 유치원이다.” 따끈따끈한 미국 드라마가 연일 케이블에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트콤은 찬밥 신세다. 등 ‘따지고 보면 코미디’는 제법 있지만, 좁은 세트 안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웃기는 코미디’는 만나기 어렵다. 내가 의 재방송에 감격하며 심야의 20분을 알뜰히 바치고 있는 이유다.

그 집에는 2와 1/2의 남자가 살고 있다. 집주인인 형 찰리는 작곡자로 짭짤한 벌이를 유지하면서 바람기를 흘리고 다니는 남자다. 여기에 범생이 스타일의 동생 앨런이 이혼한 뒤 집을 빼앗겼다고 징징대며 들어온다. 더불어 앨런의 아들인 제이크가 자기도 1/2의 남자라며 소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어른이든 애든 세 남자가 모였으니 그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직설적으로 말하자. 에피소드마다 늘씬한 여자들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바람둥이 찰리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방해받지 않으려고, 자기 집에 빌붙어 사는 인생들에게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길 바란다. “나는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 해.” 앨런은 아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형에게 대들지만, 사실은 형의 여성 편력에 질투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이크가 그래도 셋 중에 제일 어른스럽다. 아빠와 삼촌이 자기를 방으로 쫓아내면 말한다. “섹스 이야기 할 거죠? 절 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 망나니라고요.”

이렇게 아귀가 맞지 않지만, 어쨌든 부딪히고 사니까 우정이 꿈틀거린다. 앨런은 별 볼일 없던 동창이 퀸카가 되어 나타나자 어떻게든 그녀와 엮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찰리의 자연스러운 바람기 때문에 그녀는 찰리에게 달라붙고, 찰리는 동생이 애쓰는 꼴을 보고 도와주려 해도 역효과만 생긴다. 데이트의 세계에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있는 놈은 계속 있고, 없는 놈은 생겨도 금방 사라진다.

주변의 여자들이라도 어른스럽게 이 남자들을 돌봐주면 어떨까? 먼저 어머니는 앨런이 독감에 걸렸다니까 “엄마의 특제 수프는 어떠니?”라며 수프와 샌드위치를 (자신의 취향을 강하게 반영해서) 배달시키는 사람이다. 그것조차 다른 두 남자가 다 먹어치운다. 앨런의 전 부인 주디스는 섹시한 스타일로 변신해 제이크의 축구 코치와 데이트하는 걸 앨런에게 들키고 만다. 치사하기 이를 데 없는 앨런은 불법으로 베란다 공사한 걸 고발한다고 날뛴다. 심지어 가정부는 16살짜리의 너무 성숙한 손녀를 그 집에 데리고 와 세 남자를 괴롭게 한다.

은 국내에선 사골처럼 옛 시리즈를 우리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일곱 시즌까지 이어지며 만만찮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덕분에 주연인 찰리 신은 드라마 속에서는 몰라도, 현실에서는 어른이 되었다. 등에서 실명으로 등장해 자신의 너절한 꼴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할리우드의 말썽꾸러기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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