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이경혜 지음, 송영미 그림, 바람의아이들 펴냄, 2004년 4월 출간, 9천원, ‘반올림’ 시리즈 1
열여섯 싱싱한 사내아이 하나가 죽었다. 밤길에 오토바이를 몰다 가로수에 부딪쳐 즉사했다. 너무나 좋아하는 여자애,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애가 있었고, 오토바이 타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더라는 그 애의 말에 덜컥 오토바이에 오르기는 했지만, 경솔한 것은 아니었다. 그 애는 그냥 죽은 것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하고 그 애는, 자기와 가장 친한 친구가 선물한 일기장 첫머리에 쓴다. 그 애는 자기가 죽었다고 가정하고 세상을 살아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라 보일까?” 해서다. 그래놓고 계속 죽은 자로 살다가 그 애는 죽는다.
일기장을 선물한 친구인 화자 유미가 읽는 일기장의 구절들과 회상하는 친구와의 추억, 살아가는 나날들이 엇갈려 나오면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 이야기는, 단도직입적으로 죽음의 의미를 묻는다. 죽음의 의미를 화자는 모른다고 하지만, 깨닫는 건 있다. “누군가 태어났다면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 그것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 그리고 그 죽음이 지극히 어이없고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열여섯 아이가 죽음의 돌발성, 인생의 허무함을 그토록 몸으로 체험하는 게 가슴 아프지만 대견하다. 자신은 영원히 위대하게 살 것만 같은 불타는 욕망과 자부심에 사로잡혀 세상의 산소를 맹렬히 연소시키는 사람들로 들끓는, 숨이 턱턱 막히는 세상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바람이 되고 빗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가 많아지는 세상, 그런 아이를 그리는 책이 많아지는 세상. 생각만 해도 시원해진다.
김서정 동화작가·번역가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민석 “유승민에 총리직 제안, 저도 이 대통령도 한 바 없어”

국방부 “무인기 운용 사실 없다”는데…북, “9월 도발” 뒤늦은 주장 왜?

홀로 사는 어르신 올해 기초연금 34만9700원…이달부터 7190원↑

울산의 한 중학교 졸업생이 1인 시위에 나선 이유

노상원 수첩 속 ‘차범근’…“손흥민 보니까 생각나서” 주장

‘채 상병 수사 외압’ 맞선 박정훈, ‘별’ 달았다…준장 진급
![[단독] 부정수령 군인연금 20억원…5년 시효에 12억은 미환수 [단독] 부정수령 군인연금 20억원…5년 시효에 12억은 미환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500224618_20260109502572.jpg)
[단독] 부정수령 군인연금 20억원…5년 시효에 12억은 미환수

머스크 “의대, 이제 의미 없다…3년 내 로봇이 외과의사 능가”

마차도→트럼프 ‘노벨상’ 양도?…노벨위 “불가” 쐐기

‘윤석열 측근’ 서정욱 “사형 구형될 것, 그러나 과해”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인류 죽음의 전문가’가 되짚는 남편의 죽음[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5/1225/2025122550255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