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지음, 시사IN북(02-3700-3275) 펴냄, 1만2천원
소설가 조정래 최초의 ‘자전 에세이’다. 10권, 12권, 10권의 대하장편소설과 등 장편소설을 쉼없이 펴내면서도 그는 자신에 대해서 써내려간 적이 없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왜 자전소설을 쓰지 않느냐”고 자주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 또한 이 질문이 마음에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은 대학생으로부터 500여 가지 질문을 받고 그중 84가지를 추려 답한 책이다. 그는 이 책을 “자전소설로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빌려 숨겨진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의 빨치산 이야기는 고 박현채 교수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 “조정래가 누구여? 나랑 잠 만났으면 쓰겄는디.” 발간 도중 출판사에 전화가 걸려왔다. 빨치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올 텐데 ‘그짝얼 쪼깨’ 아는 것이 있으니 들어보라는 것이다. 그는 ‘민족경제론’의 박현채 교수로, 빨치산 문화부 중대장을 지낸 인물이었다. 수시로 박 교수를 찾아갔고 지리산 현장 취재도 함께 다녔다.
숨겨진 이야기에는 연애담도 있다. 부인이 되는 시인 김초혜와 말문을 트기 위해서 그가 한 일은? 1단계, 그녀의 만년필을 빌린다. 2단계, 빵을 사야만 돌려주겠다고 한다. 3단계, (땡전 한 닢 없지만 인상적인 선물을 하고 싶어서) 겨울방학 내내 가는 선들로 링컨 초상화를 그려서 선물한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밝히는’ 이야기도 있다. 조정래는 에서 포항제철과 박태준 이야기를 쓰고, 청소년을 위한 위인전까지 집필했다. 그는 모스크바대학 총장의 말에서 존경의 염을 얻었다. 빅토르 사도브니치는 포항제철을 방문하고는 “우리 레닌 동지가 꿈꾸고 추구한 이상향”이라고 극찬한다. 깨끗한 관리 상태 외에 사원 복지를 보고 놀란 것이었다. 각오 끝에 밝히는 이야기는 박태준의 기부다. 퇴직금 없이 퇴직하고 아름다운재단에 10억원을 기부하고 세상이 모르게 했단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진중권 지음, 휴머니스트(02-335-4422) 펴냄, 1만5천원
한가로운 전원 풍경, 세 명의 농민은 흥겹게 춤을 추고 뒤쪽으로는 농민의 행렬이 보인다.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수대와 그 위에 앉은 까치다. 브뤼헐의 다. 책 제목도 그렇다.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스페인의 군대가 반동의 물결로 덮어버렸던 시절. 풍자와 해학을 즐기던 명랑한 정신의 소유자는 교수대 위에 까치가 앉은 그 그림만 남기고 자신의 작품을 모두 불태우라고 말한다. …역사는 원형의 멜로디가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는 변주곡일까.” 미학자 진중권이 12점의 그림을 해석했다. 중앙대 마지막 강의 내용도 포함됐다.
김경 지음, 웅진지식하우스(02-3670-1541) 펴냄, 1만5천원
저자는 자신의 고용주가 세종이나 빅토리아 여왕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세종은 ‘사가독서’라는 긴 휴가를 주어 젊은 선비가 편히 책을 읽도록 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고위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주었다. 근무하던 잡지사에서 1년의 휴가를 얻은 저자는 여행한다. 책과 함께. 그의 첫 여행지는, 거리를 걷다 떨어지는 쇠들보에 목숨을 잃을 뻔한 뒤 자신이 쌓아온 인생을 모두 던져버리는 사람이 등장하는 의 몰타다.
잭 구디 지음, 김성균 옮김, 푸른역사(02-720-8963) 펴냄, 1만8500원
역사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서양의 독창성’이란 신화를 깨뜨리려 한 잭 구디의 대표작. 아프리카 가나 북부 로다가족의 소년은 곱셈을 거의 모르면서도 조가비 화폐를 빠르고 정확하게 더한다. 그리고 로다가족은 암소의 수와 조가비 화폐를 세는 계산법이 다르다. 저자는 학교 교육이 학생들을 추상화, 지식의 탈일상화로 유도하는데, 이렇게 발달 과정을 절대적 이분법으로 고정하는 건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홍구·정태헌·이만열·서중석·정영철 지음, 철수와영희(02-332-0815) 펴냄, 1만3천원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은 무오사화 이후 최대의 사화다.” 역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되는 현실에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역사연구회 등이 한국 현대사 특강을 마련했다. 뉴라이트가 문제를 제기해온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식민지 근대화론, 친일파, 북한 현대사에 대한 관점 등을 주제로 삼았다. “민주화란 왜곡된 대한민국 정체성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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