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소재로 써먹어온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제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다, ‘록스타가 못 된 데 대한 한풀이로 지면을 사유화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비아냥(?)도 있고 해서. 인터뷰 주인공으로 ‘소이’를 선택한 건 그와 내 생년월일이 같기 때문도, 반할 수밖에 없는 그의 깜찍한 미소 때문도 아니다. 1990년대 말 ‘티티마’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연예인으로 활동하던 그가 얼마 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에 기타를 들고 나타나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줬고, 우리는 TV 속 록스타들을 보며 잠 못 이루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밴드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과 어려움들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디스토션 먹은 전기기타 사운드”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야말로 뜨거운 록스피릿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소이는 지난해부터 ‘라즈베리필드’라는 인디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조만간 싱글앨범도 낼 계획인데, 연습실 사용료를 아끼려고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은 연습실과 녹음실 이곳저곳을 오가며 앨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나왔던) 연예인에 대해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가 “밴드 연습실 사용료를 아끼려고”라는 헝그리 로커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데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정말 ‘헝그리’할 리야 없겠다만).
가장 궁금했던 것. 광고에 나올 정도로 알려진 연예인이 굳이 인디밴드 활동을, 그것도 뒤늦게 시작한 이유는? 그는 “내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답을 내놓았다.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캐스팅돼 아이돌 가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대중 앞에서 억지로라도 밝은 모습을 늘상 보이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고, 그러면서 그는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뒤늦게나마 스스로 원하는 것이 뭔지 조금씩 찾아가던 그에게는 어떻게든 아이돌 때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런 마음에 다시 가수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했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록음악은 그를 다시 음악으로 이끌었다. 친구들과 재미 삼아 합주를 시작했고, 일이 점점 커지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단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아직도 ‘티티마 소이’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 보니 ‘이름값으로 대충 해보려는 거 아니냐’는 질시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담담히 웃는 그는 꽤나 단단해 보였다. 더 일찍 기타를 잡고 밴드를 하지 못한 것이 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하지만 아직 서른밖에 되지 않은 나이니 젊음은 길기만 하다. 그는 연예인 활동으로 돈도 많이 벌고 싶지만, 음악에서만큼은 상업적 고려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당찬 의지를 보였다.
그와 록음악과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오는 길에, 나는 내 꿈에 대해 생각했다. 직장에 다닌 지 이제 고작 2년 남짓 됐을 뿐인데, 내 꿈은 왜 이리도 빨리 늙어버렸을까. 언젠가부터 버스에 타도 헤드폰을 쓰기보다는 토막잠을 청하게 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기타보다는 TV 오락 프로그램에 눈을 돌리게 된 나는 정말 지금도 록스타를 꿈꾸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쯤 데스크로부터 전화가 온다. “내일은 뭐 쓸래?” 아, 서글프다.
몇 달 동안 비루한 방구석 뮤지션의 변변찮은 개인사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언제쯤 나의 음악 인생에 볕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록스타이고 싶다. 모두들 안녕.
정민영 기자 한겨레 사회정책팀 minyoung@hani.co.kr
<font color="#00847C"> *‘마음은 언제나 록스타’는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font>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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