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사 어떻게 찾았어요?
→ 맞습니다. 기가 막히죠? ‘척’ 하면 ‘착’ 하고, ‘탁’ 치면 ‘툭’ 나오는 자판기 같은 영화 검색 소프트웨어라도 갖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순전히 PD나 작가들의 기억력에 의존해 만들어지는 걸까요? 을 만드는 강민구 PD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강 PD는 영화정보 프로그램만 11년, 만 벌써 6년째 만들고 있는 이 분야 베테랑입니다. 그의 설명대로 풀어보겠습니다.
‘닮은꼴 영화들’ 같은 기획 코너에서 영화를 짜깁기해 보여주는 시간은 보통 5~7분입니다. 이 시간 동안 다루는 영화는 최소 10~30편. 편집하는 데만 3일이 걸립니다. 작업 과정은 대개 이렇습니다. 월·화요일에 이번주에 소개할 주요 영화를 봅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제작을 하죠. 방송이 나가는 주말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시간입니다. 여기서 잠깐. 주말, 데이터베이스화, 이게 중요합니다. 체크 포인트!
주옥같은 대사나 장면을 뽑아쓸 때는 보통 3가지 경우입니다. 주제에 맞춰 설명을 하다가 “하지만”이란 반전이 필요할 때, 연결고리가 필요할 때, 한마디로 정리할 때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영화 장면은 제작회의를 할 때 작가나 PD들이 서로의 기억력에 의존해 찾아내고, 대사는 자료에서 건집니다. 체크 포인트로 표시했던, 주말, 데이터베이스화가 그것입니다. 이 자료는 순전히 ‘노가다’로 만들어놓은 한글 파일입니다. 보통 PD당 하루 2편씩 DVD로 영화를 보며 영화 속 대사를 모두 받아적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자막 제공을 하고 있어 편당 3~4시간 정도면 ‘받아쓰기’가 끝납니다. 영화사에서 대본을 제공하지 않아 일일이 다 적어야 한다네요. 필요한 대사를 찾을 때는 ‘찾기 기능’(ctrl+f)을 이용해 골라냅니다. 말은 “참 쉽죠~잉”.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만일 ‘안녕’이란 말을 찾으려면 그런 대사를 쓴 것 같은 영화 파일을 뒤집니다. 이때 필요한 ‘안녕’이란 대사의 느낌이 다르잖아요. “(기쁘게) 안녕”, “(슬프게) 안녕”처럼요. 같은 대사도 필요한 느낌에 따라 골라 씁니다. 영화 대사를 적어 자료로 구축한 지는 불과 2년밖에 안 됐답니다. 거의 100% 기억력에 의존하다 보니 PD들에게는 자나 깨나 영화 보는 게 일이라네요. 편집의 요령도 있습니다. 외국 영화는 대사용으로는 잘 안 씁니다. 강하게 치고 빠져야 할 장면에서 외국어가 느낌을 살리지 못하거든요. 장르상으로는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보물창고입니다. 재밌는 대사들을 많이 쓰는 감독이나 대사를 맛있게 또는 강렬하게 쓰는 배우들도 따로 있죠. 장진 감독이나 강우석 감독의 영화, 설경구나 임창정이 출연한 영화 등을 우선 순위로 찾아봅니다. 같은 영화들은 ‘완소’(완전 소중한) 영화죠. 의 “너나 잘하세요” 같은 유행 대사는 잘 쓰지 않습니다. 금방 식상해져서죠. 오히려 딱 떠오르진 않아도 들으면 생각나는 장면과 대사를 뽑아쓰는 게 PD들의 능력이 된다네요.
언젠간 이들에게도 지금처럼 노동집약적 ‘받아쓰기’가 필요 없는 날이 오겠죠? 스포일러 노출 많이 한다고 욕만 하지 마시고 제작진에게 위로 한 말씀 해주시죠. “니들이 고생이 많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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