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맘>
사람에게도 참 다양한 종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주로 케이블 채널을 볼 때다. 1990년대 광고회사들이 ‘신세대’니 ‘X세대’니 하는 카피로 먹고살았던 것처럼 요즘 케이블 채널들은 사람들에게 ‘패션 피플’이나 ‘알파걸’ 같은 단어를 붙여 깔끔하게 규정한다. 그 가운데 최근 새로 배운 단어는 ‘슈퍼맘’인데, 이 말의 의미는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해내는 여성’이란다. 언뜻 생각하면 ‘알파걸’이 결혼해서 ‘슈퍼맘’이 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스토리온의 이다.
에는 개그우먼 조혜련, 연기자 이상아, 뮤지컬 배우 최정원, 영어강사 박현영 등 네 명의 ‘워킹맘’이 8살에서 11살 즈음의 자기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출연한다. 일하느라 바빠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거나 올바른 교육 방식을 알지 못해 아이들과의 관계맺음이 서툴렀던 엄마들이 ‘아이의 소원 들어주기’나 ‘함께 봄소풍 가기’ 등의 미션을 통해 좋은 엄마의 역할을 찾아간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아이들이 굳이 카메라 앞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엄마는 엄마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막 화내요” “아무데나 놀러가고 싶었는데 돈이 너무 비싸다고 안 가요” 같은 아이들의 솔직한 고백은 서로에게 다가서기 위한 첫 번째 열쇠였다.
하지만 정작 이 보여주는 것은 일하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맺음에 대한 진짜 고민이 아니라 성공·영어·연애 등 어른들이 욕망하는 가치에 대한 강박의 재현이다.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면서도 운동을 못해 고민하는 아이를 위해 특별 선생님을 초빙하지만 아이가 선생님에게 “콩글리시 발음”이라며 면박을 주는 태도에 대해서는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주겠다며 뜬금없이 미국인 소녀를 불러 영어 대화를 시키는 바람에 한국인 남자아이를 ‘뻘쭘’하게 만들었을 땐 보는 사람마저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심지어 출연자의 딸들과 ‘리틀 F4’로 꾸민 또래 남자아이들의 미팅은 사윗감을 고르는 예비 장모들이 출연했던 문화방송 라면 모를까 초등학교 4·5학년짜리 아이들을 통해 보고 싶은 광경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 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철없는 엄마’ 캐릭터인 이상아다. 하나뿐인 딸에게 유난스런 애정표현도, 과도한 교육열도 보이지 않는 그는 영어학원에 보내도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아 그냥 그만두게 했다든가 “아기랑 놀 때는 엄마가 망가져야 해요” 정도의 태평스런 교육 방침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딸과 함께 돼지를 목욕시키고 별것 아닌 장난을 치며 놀 때 그의 모습은 다른 어떤 출연자보다 편안하고 ‘엄마다워’ 보인다. 물론 그렇게 확인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슈퍼맘이건 뭐건, 매니저도 코치도 필요 없다. 엄마는 그냥 엄마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최지은 기자·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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