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가수 김디지가 청와대가 추진하는 ‘나라 사랑 랩송 만들기’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누리꾼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디지는 평소 사회 비판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아 누리꾼들로부터 ‘힙합계의 진중권’ ‘힙합계의 PD수첩’이라 불려왔다. 그는 지난해 총선 때 “할 말은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서울 강남갑에 무소속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김디지는 2월17일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나라 사랑 랩송 제가 하고 싶습니다. 전 힙합 래퍼 김디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나라 사랑 랩송’은 청와대가 3·1절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나라 사랑 캠페인’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다. “10~20대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인 힙합을 차용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노래를 빅뱅 등의 인기 가수들이 돌아가며 부르게 할 계획이었다.
김디지는 “실용정부의 놀라운 의견에 음악가로서 감사드릴 따름”이라며 “열심히 만들어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앞으로 이런 잘못 안 하면 희망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아주 죽여주는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빅뱅보다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유명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고 배도 나왔지만 랩 음악은 10년간 해왔으니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평소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이던 그가 청와대에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도 꼬박꼬박 참여한 그의 경력을 보더라도 황당하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김디지의 제안은 ‘러브콜’이 아닌 ‘조롱콜’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도 “굳이 빅뱅을 들먹거릴 것 없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거면 김디지를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글 끝에 “생업에 목매 살다가 짜증나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따와쌈(갔다왔음)”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 반응은 “너무 나댄다”(a*d)와 “진정한 힙합정신을 보였다”(al****alker)로 갈렸다. 그러나 “김디지를 국회로 보내자”며 그를 격려하는 글이 더 우세한 편이다.
김디지에 조롱당한 청와대의 ‘나라 사랑 랩송’ 만들기도 난항에 부딪히고 있다. 빅뱅의 팬들은 을 개사해 를 부르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고, “빅뱅 옵하(오빠)들 절대 참여하지 마라”고 압박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한겨레 방송콘텐츠센터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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