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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2.0] 김디지

등록 2009-02-26 10:38 수정 2020-05-03 04:25
힙합 가수 김디지

힙합 가수 김디지

힙합 가수 김디지가 청와대가 추진하는 ‘나라 사랑 랩송 만들기’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누리꾼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디지는 평소 사회 비판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아 누리꾼들로부터 ‘힙합계의 진중권’ ‘힙합계의 PD수첩’이라 불려왔다. 그는 지난해 총선 때 “할 말은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서울 강남갑에 무소속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김디지는 2월17일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나라 사랑 랩송 제가 하고 싶습니다. 전 힙합 래퍼 김디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나라 사랑 랩송’은 청와대가 3·1절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나라 사랑 캠페인’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다. “10~20대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인 힙합을 차용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노래를 빅뱅 등의 인기 가수들이 돌아가며 부르게 할 계획이었다.

김디지는 “실용정부의 놀라운 의견에 음악가로서 감사드릴 따름”이라며 “열심히 만들어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정확히 알고 ‘앞으로 이런 잘못 안 하면 희망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아주 죽여주는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빅뱅보다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유명하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고 배도 나왔지만 랩 음악은 10년간 해왔으니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평소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이던 그가 청와대에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도 꼬박꼬박 참여한 그의 경력을 보더라도 황당하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김디지의 제안은 ‘러브콜’이 아닌 ‘조롱콜’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도 “굳이 빅뱅을 들먹거릴 것 없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거면 김디지를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글 끝에 “생업에 목매 살다가 짜증나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따와쌈(갔다왔음)”이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 반응은 “너무 나댄다”(a*d)와 “진정한 힙합정신을 보였다”(al****alker)로 갈렸다. 그러나 “김디지를 국회로 보내자”며 그를 격려하는 글이 더 우세한 편이다.

김디지에 조롱당한 청와대의 ‘나라 사랑 랩송’ 만들기도 난항에 부딪히고 있다. 빅뱅의 팬들은 을 개사해 를 부르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있고, “빅뱅 옵하(오빠)들 절대 참여하지 마라”고 압박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한겨레 방송콘텐츠센터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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