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기록자 김범수씨, 안티구단팬 박찬진씨, 블로거 최효석씨, 동영상 취재 조용석씨의 새로운 ‘야구 팬덤’
야구장에 소풍 간다
프로야구 열풍이 거세다. 전국 야구장에 매진 행렬이 이어진다. 540만이라는 프로야구 사상 최다 관중 기록(1995년)을 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구에 미치면 약이 없다. 유로2008은 한 달이면 끝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6개월 대장정을 한다. 일년의 반이 즐겁고 나머지 반은 안절부절이다. 축구가 예술영화라면 야구는 액션영화다. 축구는 한 골 들어가는 순간을 놓치면 재미가 반으로 쑥 줄어들지만 야구는 순간순간을 축제로 만든다. 야구장에는 춤과 노래, 먹을 것이 넘쳐난다.
야구에 ‘환장’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모든 경기의 통계를 기록하는 김범수씨, 롯데의 모든 경기 관전평을 블로그에 올리는 최효석씨, 두산 전 경기를 인터넷 생중계했던 조용석씨, 구단에 쓴 소리도 마다 않는 박찬민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과 함께 야구장으로 소풍 떠나자. 오는 길에 촛불집회에 들러 소풍을 이어가도 좋고…
‘아이스탯’의 김범수씨
KBO를 능가하는 기록
▣ 횡계=글·사진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야구에 미쳤고, 기록에 미쳤다. 강원 횡계에서 한 건설회사 현장관리자로 근무 중인 김범수(36)씨는 프로야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모든 경기를 기록한다. 한 경기도 빠트리는 날이 없다. 그리고 그 자료를 자신이 운영하는 프로야구 사이트 ‘아이스탯’(www.istat.co.kr)에 올린다. 이곳에서는 선수들의 타율, 타점, 홈런, 방어율 등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 쪽에서 제공하지 않는 홈과 원정 경기에서의 승률, 특정 타자가 특정 투수를 만났을 때의 타율, 구장별 타율, 투수의 이닝별 승률 등이 세세하게 제시된다. 모두 그의 작품이다.
“정말 미친 짓이었죠.”
김씨가 경기를 기록한 것은 2005년 4월부터다. 선수들의 ‘득점권 타율’(주자가 2루 이상 있는 상황에서의 타율)이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한 경기를 정리하는 데만 꼬박 8시간이 걸렸다. 그 양도 방대해 컴퓨터가 자주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하루에 네 경기가 열린다. 하루치 경기를 모두 정리하려면 대략 30시간 이상이 필요했다. 잠을 줄이고 경기가 없는 날을 활용하면서 2주를 버티다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백방으로 알아봐도 득점권 타율을 알려주는 데는 한 곳도 없었어요. KBO와 각 구단이 공개하는 정보는 세부 기록들이 없어요.”
물론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운 좋게 야구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보유하고 있는 업체 한 곳과 연락이 닿았다.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니 3천만원을 내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 3천원도, 3만원도 아닌 3천만원이라는 말에 그는 스스로 기록을 정리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지만 이 방법도 한계가 있었다. 생업이 있는 터라 하루 종일 자료 정리에만 매달릴 수 없어서였다. 기진맥진해 있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장인 유일상(31)씨를 만났다. 유씨에게 ‘SQL’(구조화 질의어)이라는 데이터베이스용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준 기회”였다. 매일 밤 퇴근하고 돌아와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황홀해했다. 기록하는 시간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축됐고, 원하는 통계 역시 빠르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그는 유씨 그리고 친구 선정구(36)씨와 함께 ‘아이스탯’을 만들었다. 자신이 어렵게 만들어놓은 정보를 야구팬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이용료는? 3천만원도, 3만원도, 3천원도 아닌 ‘공짜’다. 힘들여 만든 고급 정보에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야구팬들이 대가를 바라고 야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 역시 순수한 야구팬의 입장에서 그 야구를 조금 다른 방법으로 즐길 뿐이죠.”
안티구단팬 박찬진씨
선수 생명까지 응원한다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대학원생 박찬진(29)씨는 한화 이글스 팬이지만 여느 팬들과 달리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에 무조건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지 않는다. 구단이나 감독이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과거 야구팬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팬들은 구단 쪽과 감독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기껏해야 야구장 응원석에서 감독이나 코치를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씹고 있던 오징어 다리를 던져볼 뿐이었다. 야유의 이유도 대부분 단순했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자기가 좋아하고 보고 싶은 선수를 출전시키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각 구단 홈페이지가 생기고 포털 사이트에 팬카페가 생기면서, 일부 팬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는 심도 있게 변해갔다.
박씨는 2005년 구단 홈페이지와 팬카페에 구단과 감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구단 쪽과 마찰을 빚었다. 아직까지 그 앙금이 남아 있다. 그 발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세광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송창식 투수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는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 후보에도 오를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자랑했다. 자연스레 구단 쪽에서는 송 선수의 출전 기회를 늘렸는데, 박씨를 비롯한 일부 팬들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19살 선수의 뼈와 근육은 덜 자란 상태입니다. 그런 선수는 보호해야 하는 게 장기적으로 팀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140이닝씩 던지면 당연히 무리가 따르죠.” 박씨의 우려대로 송 선수는 2005년 초 팔꿈치 부상을 입고 일본으로 건너가 수술까지 받았다. 그 여파로 2005년에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2006년 17이닝, 2007년 4이닝만 소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씨는 200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해 그해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석권한 ‘괴물’ 류현진 투수를 예로 들었다. “류현진 선수는 데뷔한 해와 그 다음해 모두 200이닝 넘게 출전했어요. 지금 팔꿈치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간 것을 보면 선수 운용에 문제점이 보입니다. 그런 점을 팬의 입장에서 팀이 잘되는 방향으로 가자고 이야기하는 건데….”
현재 박씨는 자신이 활동하던 팬카페를 완전히 폐쇄했다. 그는 “구단 쪽과 많은 한화 팬들이 문제 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전히 그는 한화를 응원할까? “당연하죠. 7살 때부터 지켜온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야구팬은 추억을 먹고 살아요.”
www.doomhammer.co.kr 운영자 최효석씨
너 땜에 울고 웃기에…
▣ 김동환 기자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직장 근무 9시간, 야구 관전 및 후기 제작 9시간, 수면 6시간.
이제는 ‘둠해머’라는 필명으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돼버린 최효석(35) 씨의 하루 일과다. 그의 하루는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끝난다. 컴퓨터로 구두를 그레이딩(표준 치수의 본을 확대·축소하는 일)하는 본업을 갖고 있지만 ‘둠씨의 취미생활’이라는 인터넷 블로그 사이트(www.doomhammer.co.kr) 운영이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롯데의 모든 경기에 대한 관전평과 9컷짜리 사진 카툰이 주요 콘텐츠인 최씨의 블로그는 하루 평균 1만여 명의 네티즌이 다녀가는 인기 블로그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최씨는 부산 출신이라는 태생적인 이유만으로 야구를 좋아하게 된 ‘평범한’ 롯데 팬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년 넘게 야구장을 찾으면서 더 이상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야구관과 소망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야구로 소통을 하고 싶어졌다. 야구 얘기라면 밤을 새워도 그치지 않는 그의 열정과 해박한 지식에 여자친구가 블로그에 글을 써보는 것을 제안했고 최씨는 올해 초부터 ‘집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야구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짧은 칼럼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자신의 글이 하나둘 포털 사이트 블로그 광장의 베스트글에 선정되면서 원문을 보기 위해 블로그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고, 점차 반응이 뜨거워지자 최씨는 프로야구 시즌 개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설 야구비평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최씨는 올해 롯데 경기를 한 경기도 안 빠지고 다 관전(수도권 경기는 직접 관전, 지방 경기는 인터넷 생중계로 관전)한 뒤 모든 경기의 관전 후기를 제작했다. 긴 글은 원고지 30매 분량을 넘고 생중계 캡처 화면을 이용한 요약 카툰도 덧붙였다.
만년 꼴찌 신세이던 롯데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면서 가장 열성스런 롯데 팬들은 최씨의 블로그에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루 방문자가 최고 4만 명에 이르렀고, 경기평마다 댓글이 200여 개씩 붙었다. 이제는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멈출 수 없는 작업이 돼버렸다.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최씨는 밤 10시까지 야구를 관전한 뒤 집에서 인터넷으로 다시보기 동영상을 보면서 복기를 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캡처를 해 카툰 제작에 활용한다. 복기 및 후기 작성에만 2시간 남짓 소요되고, 카툰도 구상 및 제작에 1시간여 걸린다.
새벽 1시쯤 되면 작업이 끝나는데, 게시물이 오르기 무섭게 ‘1빠 경쟁’과 함께 댓글이 쇄도한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는 수시로 인근 PC방에 드나들며 댓글에 필요한 답변을 단다. “롯데가 이긴 다음날은 하루 종일 행복하고, 연패에 빠졌을 때는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는 최씨. 이쯤 되면 가히 ‘야구 폐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생중계·동행취재 조용석씨
“솔직히 친구도 없어요”
▣ 김동환 기자
프로야구 생중계 250여 회, 연평균 80경기 이상 관전, 선수단 해외 전지훈련 동행 취재.
스포츠신문 기자도 아니고 스포츠TV PD도 아니고, 야구단 직원은 더더욱 아니다. 한 명의 순수한 야구팬으로 해온 일들이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 조용석(22)씨. 수용자로만 여겨지던 야구 관중이 어느 정도까지 야구의 주체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야구 마니아다.
대학생인 조씨는 지난해까지 TV로 중계되지 않은 두산의 전 경기를 직접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연평균 50∼60경기를 중계했으니 4년간 최소 200경기는 한 셈이다.
누가 하라고 한 사람도, 지원을 해준 사람도 없다. 오로지 야구가 좋아서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라는 개념이 채 정착되지도 않았을 때 아버지를 졸라 마련한 노트북과 장롱에서 뒹굴던 캠코더를 꺼내 무작정 잠실구장으로 달려가 개인 인터넷 방송 사이트(아프리카)를 이용해 중계를 시작했다. 혼자서 PD이자 작가인 동시에 카메라맨, 진행자, 해설가 역할을 다 했다.
두산 팬들이 입소문을 듣고 사이트를 방문했고 경기 시작 30분도 안 돼 200명이 꽉 차면서 무료 서비스되던 저용량의 서버가 감당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조씨의 방송국 때문에 사이트 전체가 다운되는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아프리카’ 쪽에서 조씨에게 더 큰 용량의 방송국을 제공했다.
시청자 수가 3천 명 수준까지 늘자 조씨는 캠코더를 늘리기 시작해 많게는 혼자 5대의 캠코더로 야구장 구석구석을 비추며 방송의 질을 높였다. 지난해 말에는 한 대형 인터넷 TV 사이트와 야구중계에 관한 협약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올해 프로야구의 인터넷 중계권을 한 포털 사이트가 독점 계약하면서 더 이상 개인 중계방송은 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조씨가 야구 현장을 포기할 리 없었다. 조씨는 올해부터 두산 구단의 협조 아래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 모습과 각종 이벤트 등을 캠코더에 담아 구단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보수는 전혀 없다.
조씨는 지난해 9월 일본 나고야까지 날아가 옛 두산 용병 타자였던 타이론 우즈(주니치 드래건스)의 다니엘 리오스 20승 달성 축하 메시지를 찍어왔고, 지난 겨울 자비로 두산 선수들의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지까지 쫓아가서는 훈련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와 두산 팬들에게 제공했다.
야구에 미친 게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감탄에 조씨는 “맨날 야구장에서 살아서 솔직히 친구도 없다. 하지만 나는 야구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웃어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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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김동환 기자
“정말 못 말리는 롯데 팬이야.”
비 때문에 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취소된 6월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비옷 차림으로 “야구 해!”를 외치는 5천여 관중을 보고 김경문 두산 감독이 혀를 내두르며 뱉은 말이다. 장대같이 내리는 비도 롯데 팬들의 야구 관전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롯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이 가장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구단이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야구도시’다. 특히 만년 꼴찌이던 롯데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한 뒤 시즌 중반까지 2위를 유지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시권에 두자, 롯데의 승리에 목말라 있던 롯데 팬들은 마치 한을 표출하듯 연일 야구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롯데 팬들의 야구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단 롯데 팬들은 롯데 선수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여긴다. ‘구도’(球都) 부산에서 어릴 때부터 부모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으며 야구와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때문이지만 경상도 특유의 ‘우리가 남이가’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롯데 팬들은 선수를 지칭할 때도 대부분 “(이)대호야” “(강)민호야” “우리 (손)민한이 형님”이라며 가족 이름을 부르듯 한다.
감독·선수들마다 애칭은 물론 개별 응원곡까지 다 붙여줬다. ‘민한신’(손민한), ‘퇴근본능’(최향남), ‘강림신’(카림 가르시아), ‘임작가’(임경완)라는 식이다. 가르시아가 타석에 서면 헨델의 중 ‘할렐루야’ 부분의 음을 따 ‘가∼르시아, 가르시아, 가르시아’를 외치고, 조성환 타석 때는 팝송 의 후렴 멜로디에 ‘롯데 조, 성, 환, 오오오 오∼오오’를 붙여 함께 부른다. 롯데 팬이라면 자동차에 롯데 응원가 CD 구비는 필수고, 노래방에서는 (이대호), (강민호) 등 선수들의 테마송을 한 번씩 다 부른 뒤 마지막을 롯데 응원의 상징곡인 합창으로 정리한다.
사직구장에 마련된 롯데의 기념품 매장 매출이 경기당 2500만원에 달하는 것이 입증하듯, 대부분의 롯데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유니폼 하나 정도는 다 갖고 있다. 롯데 주장 정수근에 따르면 사인을 받기 위해 다른 팀 팬들은 종이를 내밀지만 롯데 팬들은 대부분 유니폼이나 모자, 수건을 내민다고 한다.
부산에 거주하는 박재형(34)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롯데 구단 깃발을 ‘게양’해뒀다가 야구장에 갈 때마다 두르고 간다. 경기 구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선호(28)씨는 택시 내부를 온통 롯데 응원 도구로 채우고는 전국 방방곡곡의 롯데 경기를 찾아다니며 관전한다.
부산 지역 대학생들의 최고 MT 장소는 사직구장의 스탠딩 응원석이고, 가족 모임이나 계모임은 3층 스카이박스에서 이뤄진다. ‘내 아내가 사랑하는 남자 조성환’ ‘박기혁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롯데 경기 보러 탈영했다’ 등 손팻말 문구의 기발한 아이디어도 다른 팀 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올해 들어서는 야구 응원을 통해 이따금씩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기도 한다. 지난 4월 티베트의 독립운동 지지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을 때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손팻말 뒷면에 ‘FREE TIBET’(프리 티베트)이라는 구호를 적어 응원을 했고, 6월3일 두산과의 경기 때는 경기 도중 왼쪽 외야 관중석에서 50여 명이 5분여간 촛불을 켜고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롯데 팬들에게 야구는 일상의 일부이자 소통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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