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독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네그리의 문제작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의 (조정환·정남영·서창현 옮김, 세종서적 펴냄)은 지난 2000년에 출간돼 전세계적으로 좌파 진영에서 거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던 의 후속편이다. 의 독자들은 오랫동안 을 기다려왔다. 네그리가 에서 말한 ‘다중’(Multitude)은 도대체 누구이고, 다중의 ‘정치적 기획’이 무엇이냐는 궁금증 때문이다.
은 ‘전쟁’ ‘다중’ ‘민주주의’ 3부로 구성된다. 은 전 지구적 질서와 새로운 주권 형태로서 ‘제국주의’가 아닌, 네트워크 권력으로서의 ‘제국’을 주창한 바 있다. 은 “오늘날 제국의 평화는 항상적인 전쟁 상태 위에 군림하는 허위적 평화”라면서 “제국 내부에서 전쟁을 피할 길은 없다”고 말한다. 은 “제국 내부에서 자라고 있는 살아 있는 대안”으로서 다중에 초점을 맞춘다. “제국은 위계와 구분의 네트워크를 전 지구적으로 확산시킨다. 그렇지만 지구화는 협력과 협동의 새로운 회로를 창조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다르게 남아 있으면서도 사회적 주체로서 서로 소통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공통성을 제공한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다중이다. 다중은 모든 차이들(‘특이성’)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표현될 수 있는 네트워크이자 특이성들의 집합(복수적인 특이성)으로 구성된다. 다중은 획일적인 민중, 노동계급, 대중 같은 기존의 개념들과 구별된다. “주권적 권력은 하나가 명령하고 나머지들이 복종하는 끔찍한 의미에서의 ‘삶권력’의 한 형태이지만, 다중은 스스로를 지배하는 ‘살아 있는 살’이다. 다중의 ‘삶정치(biopolitics)’ 생산은 오늘날 전 지구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지탱하는 강력한 대들보이다.”
은 더 이상 명확한 분할과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오늘날에 임금노동·산업예비군·착취·생산적 노동 같은 근대적 마르크스 패러다임은 ‘낡은 것’이라며 “언제나 의심스러웠던 낡은 맑스주의적 구분은 이제 내던져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중은 전 지구적 위계들과 분할들을 탈안정화시키는 위협이다. 그들은 장벽들을 가로질러 활주하며, 벽들 아래를 통과하는 연결 터널들을 판다.” 다중은 유토피아적 꿈이나 단순한 아나키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다중 개념은 좌파를 부활하거나 개혁하는, 혹은 정말로 재발명하는 과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개념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정치적 지령- ‘다중을 형성하라!’- 으로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에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현존하는 사회적·정치적 경향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제국 네트워크와 싸우려면 다중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은 ‘네트워크 되기’, ‘다르게 되기’(특이성), 그리고 다중들의 ‘공통되기’를 강조한다. 이 자본주의적 생산과 노동의 동학을 전개했듯이 은 제국의 지배와 다중의 저항을 다루는 이른바 21세기 ‘지구화 정치경제학 비판’이다. “다중의 민주주의는 전 지구적 제국 질서에 대면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주권을 파괴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을 필요로 한다. 다중은 자본주의적 지구화의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전 지구적 자본의 제국적 권력에 대항한다. 다중은 자신의 생산적 형상을 발전시키면서 제국을 꿰뚫고 나가 자신을 자율적으로 표현하고 스스로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주권의 양면성은 부당한 투쟁을 의미한다. “다중은 ‘지금과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고 선언하며 주권과의 관계에서 탈출하고, 그 엑소더스를 저항으로 형성하고 동시에 그 저항을 구성적 힘의 형태로 변형시킨다. 우리에겐 사랑에 대한 더 넓고 더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사랑은 우리의 정치적 기획들과 새로운 사회 구축을 위한 기초로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기획’이다. 대안적 민주주의 사회로 가는 파열의 시간은 언제 오는가? “머지않아 하나의 사건이 그와 같은 살아 있는 미래 속으로 우리를 화살처럼 쏘아넣을 것이다. 이것은 사랑의 진정한 정치적 행동이 될 것이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영상] 박정훈 대령 “윤 격노는 사실…국방부 장관 전화 한 통에 엉망진창”
“교단에 서는 게 부끄럽다”…‘나는 왜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나’
음주운전·징계도 끄떡없던 강기훈 행정관, 결국 사의 표명
[단독] 관저 유령건물 의혹에 “스크린 골프 검토했다 취소” 말바꿔
[속보] “우크라군, 러시아 ICBM 발사”
관저 ‘유령 건물’의 정체 [한겨레 그림판]
두바이서 로맨스 한 죄 무려 ‘징역 20년’…영 10대, 정부에 SOS
[단독] “창고→경호시설” 의혹 더 키운 경호처…그럼 왜 숨겼나
[속보] 우크라 공군 “러시아, 오늘 새벽 ICBM 발사”
젤렌스키 “속도나 고도, ICBM 맞다”지만, 미국 언론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