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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 MB팀을 위한 5계명

등록 2008-02-27 00:00 수정 2020-05-03 04:25

단독 드리블 욕심은 거두고 기꺼이 몸 던지는 자세로 서두르지 말길

▣ 송호진 한겨레 스포츠부 기자dmzsong@hani.co.kr

따뜻한 지중해 연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한 선수는 “설 연휴도 반납하고 3주간 열심히 훈련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걱정도 많다”고 했다. 딱 달라붙는 옷을 통해 드러난 근육질 몸매는 훈련 성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해 ‘공격 축구’의 새바람을 불어넣으며 챔피언에 오른 포항은 올해 K리그 2연패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동시 도전한다. 그 선수는 어깨 위 짐이 꽤 무거워졌는데, 팀워크가 이 무게를 떠받쳐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시즌 개막 전 훈련인 ‘스프링캠프’라는 게 그렇다. 다가올 시즌에 대한 부담, 그만큼의 설렘.

‘스프링캠프’ 기간의 ‘속전속결’에 우려

이명박 정부의 ‘스프링캠프’도 끝났다. 이 기간에 누군가는 선수 명단에서 아예 방출되기도 했고, 섣부른 팬 서비스 정책을 내놓다가 그 팬들의 호된 야유를 듣기도 했다. 팬들은 ‘속전속결’ 공격으로 당장 우승 실적을 내놓겠다는 이 팀의 플레이를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혼자 앞으로 달렸다간 선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에 발목이 묶이는 법이다. 씨름 ‘되치기’ 기술은 상대가 가급적 서두르며, 또 되도록 힘있게 밀고 들어올수록 쓰러뜨리기 유용한 기술이다. 그래서 ‘스포츠 5계명’을 추려봤다. 첫 시즌을 맞은 ‘MB팀’에 외람되게 권하나, 또한 무시당할 우려를 잔뜩 안고 있는 5계명.

1. ‘디그’ 수치를 높여라

코트에 내리찍어 점수를 따내는 ‘스파이크’는 배구의 꽃이다. 그런데 누군가 코트 구석에서 몸을 날려 그 스파이크를 걷어올린다. 자, 이걸 ‘디그’(dig)라고 한다. 주로 디그는 수비 전문 ‘리베로’의 몫이다. 그들의 몸은 상처투성이고, 시속 100km가 넘는 공을 받아내느라 손가락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리베로가 디그 하나를 성공시키면 상대의 사기와 공격은 한순간에 와해된다. 그래서 리베로는, 디그는, 공격을 하지 않고도 상대를 무너뜨리는 최고의 공격 무기다.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기록은 아니나 숨은 기록 디그가 많을수록 그 팀의 승률은 높아진다. 궂은 일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내 몸을 던져야 디그 수치가 올라간다.

2. ‘3m 룰’을 기억하라

핸드볼은 거친 듯이 보인다. 유니폼을 붙잡기도 하고, 몸을 껴안아 수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룰’이 하나 있다. 3m 거리 확보다. 공을 갖고 4보 이상 걷거나, 상대를 잡고 밀치는 등의 반칙을 하면 상대에게 골대와 9m 떨어진 곳에서 ‘프리드로’를 허용한다. 그때 수비수들은 3m 떨어져 수비벽을 쌓아야 한다. 득점 기회에서 반칙을 하면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는 7m 페널티스로를 내주는데, 골키퍼도 골문에서 4m 앞까지만 나와 막을 수 있다. 상대와 최소 3m 떨어지라는 것이다. 서로 너무 가까우면 공에 맞아 크게 다칠 수 있고, 공격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비수를 보호하면서 견제를 가능하게 하고, 공격자에겐 공정한 기회를 주자는 뜻인데, 왠지 핸드볼만의 룰은 아닌 듯 보인다.

3. 단독 드리블에 욕심내지 마라

하프라인에서 골대까지 서너 명을 제쳐 골을 넣는 ‘축구 황제’ 펠레의 단독 드리블을 재현하고 싶은가? 그게 좀 어려워졌다. 현대 축구는 최전방 공격과 최후방 수비의 간격이 30~40m로 좁혀져 있다. 그 안에서 두 팀 선수들이 빽빽이 들어차 치열한 전쟁을 펼친다. 공을 뺏기 위해 1명한테 2~3명이 순간 달라붙는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한국에 소개한 ‘압박 축구’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의 ‘공격 축구’ 핵심은 상대 수비 2~3명이 에워싸면 한 선수가 재빨리 곁으로 다가가 패스를 받아줌으로써 동료의 고립을 풀어주는 것이다. 고립에서 벗어난 선수는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각도로 재차 움직여 또 한 명을 포위에서 끄집어내야 한다. 현대 축구에서 혼자 해보겠다며 공을 몰아서 골대까지 어떻게 도달하겠느냐는 것이다.

4. 자유투도 10초의 여유가 있다.

농구 림에서 4.6m 떨어져 쏘는 자유투는 거저먹는 슛인가? 그렇지 않다. 종료 직전에 얻은 자유투를 놓쳐 다 잡은 승리를 내주는 경우가 심심찮다. 미국 프로농구 ‘공룡 센터’ 샤킬 오닐도 지난해 자유투 성공률이 42%에 그쳤다. 농구는 자유투 하나를 쏘는 데 10초의 시간을 준다. 그렇다면 다시 숨을 고르라. 마음을 집중하고, 안정시켜라. 그래도 긴박한 승부 탓에 몸이 떨린다면 어깨에 손을 얹어 선수 스스로 작전타임도 불러라. 서두르고 싶은가? 10초를 활용하고, 4.6m 앞 림을 향해 공을 뿌려라. 그 공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도 있다.

5. 내 기록을 까먹더라도 희생 플라이를 날려라

1사 주자 3루.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만들면 더 좋겠지만, 자신이 아웃되더라도 팀 득점을 위해 과감히 외야 쪽 뜬 공을 쳐낼 수 있는가? 외야수가 공을 잡고 3루 주자가 들어와 득점했다면 타자는 희생플라이로 기록된다. 그러나 희생플라이는 내 기록을 깎아먹는다. 어제 경기까지 20경기 연속 안타를 쳤으나, 오늘 경기에서 희생플라이로 물러났다면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이 중단되는 아쉬움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출루율도 떨어뜨린다. 출루율 계산 방식(안타+4사구/타수+4사구+희생플라이) 때문이다. 당장 눈에 드러나는 개인 기록(성과)에 집착하고 싶다면, 팀 득점에 기여하는 희생플라이는 날릴 수 없다.

‘잃어버린 10년의 인기’를 되찾겠다는 ‘MB팀’엔 5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출발부터 속도를 내겠다는 의욕이 보인다. 마라토너 이봉주가 세운 한국 신기록은 2시간7분20초다. 결승선까지 100m를 꾸준히 평균 18.10초(시속 19.872km)로 달렸다. 초반에 과욕했다면, 왼발이 움직이니 오른발이 그저 따라나가는 것뿐이라는 35km 지점쯤에서 주저앉고 말 것이다.

5년의 시간, 초반 과욕에 주저앉아서야

‘MB팀’ 수장 이명박 대통령은 테니스 마니아라고 한다. 테니스 점수는 0점, 15점, 30점, 40점 식으로 올라가는데 테니스에서 0점은 ‘러브’(Love)라고 부른다. ‘0점’에 몰린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러브’라 불렀다는 게 정통 속설이 아니라지만, 숫자 ‘0’과 모양이 비슷한 프랑스어 ‘달걀’(레프)이 영국으로 건너가 ‘러브’로 변했다는 설보다 훨씬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닌가. 심판 없이 경기를 하다가 상대가 친 공이 애매하게 라인에 걸려 튀기면 상대에게 유리하게 해주는 것이 테니스의 매너라고 한다. 어디 그 배려와 매너가 테니스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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