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세상과 유폐된 내면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늦겨울 미술판에 몰입과 소통의 모순에 민감한 여성 작가들의 이색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 양연화는 서울 팔판동 갤러리 벨벳의 초대전 ‘예술가의 방’(3월2일까지, 02-736-7023·사진)에서 ‘미디어 스타’로 변질된 작가의 정체성을 들춰내고 있다. 작업실과 명품 미술관을 배경으로, 자신의 누드 사진과 작업실, 미술관 명품 사진, 꽃병·정물 액자 등이 뒤섞인 채 등장하는 10여 점의 그림 패널들이 내걸렸다. 대개 사진에 물감을 덧칠해 만든 그림들은 창조의 신화처럼 포장된 요즘 미술의 속내가 조작된 제도의 산물임을 은유한다. 지하 전시실에 재현된 작가 작업실 또한 알고 보면 천장에 거꾸로 달라붙은 가짜 작업실을 오목거울로 드러낸 데 불과하다.
서울 청담동 조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드로잉 우먼’(3월15일까지, 02-3443-6364)전은 밑그림 전시가 아니다. 작가의 흔적을 핍진하게 드러낸 여성작가 4인의 완성도 높은 드로잉 모음이다. 부산 작가 김은주는 대형 연필선을 중첩해 자수를 짜듯 광물성 질감이 번득이는 파도 병풍과 꽃들을 그렸다. 엄숙한 파도의 산들은 작가의 호흡이자, ‘일상에서 소진당하는 존재감’을 항거하듯 드러낸다. 숲길처럼 두쪽으로 갈라진 머릿결 이미지를 가득 그린 유혜숙, 소용돌이 선으로 무형의 시간을 덩어리로 표출한 한명옥의 작업들이 같이 내걸렸다. ‘한국 사진의 새로운 탐색’전(2월26일까지)은 일상, 욕망 등에 대한 젊은 여성 사진가들의 미묘한 관념을 엿볼 수 있다. 김영섭 사진화랑(02-733-6331)과 갤러리 룩스(02-720-8488) 등 인사동 전시장 4곳에서 동시다발로 열리고 있다. 안옥현, 서애리, 전소정 등이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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