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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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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외

등록 2007-09-07 00:00 수정 2020-05-03 04:25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이유경 지음, 인물과사상사(02-471-4439) 펴냄, 1만2천원

아시아 분쟁과 인권 현장에 대한 4년간의 기록이다. 30년 동안 한국이라는 ‘섬’에 갇혀 지냈던 저자는 라오스, 캄보디아, 타이, 버마, 스리랑카,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을 누비면서 희열을 느낀다. 저자는 가짜 교전과 진짜 교전을 구분하고 피폐한 삶을 사는 주민의 모습을 가까이서 살핀다. 카슈미르는 분리독립을 원한다. 하지만 외부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점령권을 다투는 것만 부각된다. 카슈미르 교전의 대부분은 점령군들에 의한 가짜 교전이다.

승자의 저주

리처드 H. 세일러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도서출판이음(02-3141-6126) 펴냄, 2만2천원

‘승자의 저주’는 경제학의 전형적인 이상현상 중 하나다. 승자의 저주는 예를 들면, 경매시장에서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승자가 되는 순간 적자를 보는 경우를 가리킨다. 행동경제학자인 저자는 승자의 저주를 비롯한 경제학의 전형적인 이상현상을 다룬다. 무임승차가 가능한 상황에서의 협조적 행동, 물질적 이득을 포기하면서 공정성에 집착하는 사람들, 똑같은 일인데 산업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 소득과 소비의 높은 상관관계 등 13개의 주제가 실렸다.

유곽의 역사

홍성철 지음, 페이퍼로드(02-326-0328) 펴냄, 1만8천원

파주 용주골, 미아리 텍사스, 청량리588 등 한국 집창촌 100년 역사를 짚어본다. 한국 집창촌은 아미산하 유곽에서 시작됐다. 한때 아시아 최대의 매춘거리였던 완월동 집창촌의 전신이다. 개항지를 중심으로 생겨나던 성매매 업소는 성병 예방, 풍기문란 예방을 위해 한 곳으로 집중된다. 성매매의 번성은 유교 전통의 조선 사회에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공창제가 폐지되면서 ‘사창전국시대’가 시작된다. 한국전쟁 때도 성매매는 계속됐다.

텔레비전과 동물원

올리비에 라작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02-362-1452) 펴냄, 1만2천원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성기다. 저자는 이 리얼리티TV와 동물원이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19세기 말에서 1930년대 초 이국적 원주민 무리는 유럽 전역 동물원에 전시됐다. 진짜 인체와 멀리서 온 개인의 이색적인 행동방식을 구경하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이 ‘멀리 있는 낯선 이들을 데려와 눈앞에 전시한다’가 텔레비전과 동물원의 첫 번째 공통점이다. 그외 리얼리티와 볼거리, 인간의 유형별 분류와 일반화 등이 더 있다.

청와대와 주변 역사·문화유산

대통령 경호실 지음·펴냄

천하에서 가장 복스러운 땅이라고 300여 년 전 조선 선비는 이곳 바위에 새겼다. 고려시대 숱한 임금들이 행차한 개성의 ‘남쪽 서울’인 남경의 궁궐터. 조선시대 경복궁의 뒤뜰이자 선비들의 풍류와 활쏘기 명당, 과거시험장. 20세기 이후 정치 잔혹사의 무대. 서울 세종로 1번지의 푸른빛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의 변화무쌍한 역사다. 국내 최고 권력공간에 깃든 역사적 흔적들을 집대성한 자료집 이 나왔다. 대통령 경호실이 청와대와 주변 동서남북 동네의 지형 지세와 각 문화유산의 변천사를 전문가 도움 아래 처음 정리했다.

청와대는 140여 년 전 경복궁 중건 때 후원이 되면서 금단의 땅이 된다. 이전엔 선비들의 풍류마당이자, 웰빙촌, 무예 도량이었다. 책은 놀기 좋은 공터였던 옛 청와대 역사를 답사 사진, 18세기 진경산수화 등을 곁들여 풀었다. 1912년 경주에서 가져온 청와대 뒤뜰의 8세기 통일신라 불상, 백악산 오리 바위, 인근 양반 동네의 바위글씨 등 주변 각종 사적들을 다 섭렵했다. 세도가 김조순이 살던 삼청동의 옥호정 집터를 확인하고, ‘조선의 아방궁’이던 인왕산 기슭의 양식 별장 송석원 돌기둥을 주택가에서 찾아냈다. 2년 전 초판이 아쉬워 연구 동아리까지 꾸린 경호실 사람들의 열정 덕분이다. 국공립도서관에만 배포한다.

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02-3466-8925) 펴냄, 2만8천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복잡계 경제학으로 경제 현상을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복잡계 경제학은 수많은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창발적 결과를 빚어내는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경제학이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간 행동과 물리법칙을 바탕으로 패턴을 발견해나갈 수는 있다. 복잡계 경제학에서 부의 기원은 진화라는 학습 알고리즘이다. 빌 게이츠나 잭 웰치의 예를 통해 어떻게 부를 창출하는 아이디어가 진화했는지를 살핀다.

스포츠 키드의 추억

신윤동욱 지음, 개마고원(02326-1012) 펴냄, 1만원

에 연재된 ‘스포츠 일러스트’의 글을 묶었다. 스포츠는 잘하는 게 없지만 스포츠 보기는 아주 좋아한다. 스포츠를 보는 저자의 취향은 유별나다. 삐딱한 듯도 하다. 동질감을 느끼며 좋아하는 언니들이 유독 많고 일본 이치로를 차범근만큼 추어올린다. 앙골라 핸드볼 팀, 성소수자 나브라틸로바, 흑인선수 비너스 윌리엄스 등 소외된 인간들의 이야기를 선호한다.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기분 좋은 드라마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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