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개별 사물의 고유성은 그 소장자의 성품마저 결정하는 예가 있습니다. 음반 수집가와 커피 애호가는 해당 분야에서 필시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리라 추정됩니다. 지식을 활자로 집결시킨 거라 믿어지는 책의 경우를 봅시다. 벽 한 면을 채운 장서가 소장자의 학식의 바로미터로 의심 없이 믿어지는 경향도 비슷한 예이겠지요. 서재를 수놓는 장서는 그저 책등만 드러낼 뿐 안의 내용은 밖에 적힌 제목과 필자로 유추할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방송 인터뷰에 임하는 대학교수의 배경은 어김없이 서가입니다. 그의 등 뒤에 쌓인 책을 그가 죄다 완독했는지 파악할 길이 시청자에겐 없으며, 때로 당사자조차 늘 가까이 꽂아둔 책을 읽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장서의 목적이 수납보다 지적 과시로 오용된 것인데, 이는 비단 오늘의 현상이 아닙니다. 18세기 민화 책가도(冊架圖)는 선비의 사랑방에 쌓인 책더미를 보여주는 그림인데, 이는 조선대 식자들이 즐긴 풍류의 본질과, 이들의 속물적 신분 과시를 예증하는 도판처럼 이해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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