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달력의 구성은 판에 박혔습니다. 일곱 칸짜리 바둑판 위로 아라비아 숫자가 기입되고, 보기 좋은 그림이 여기에 결합되는 형식입니다. 달력의 매 장마다 부록처럼 ‘그림 좋은’ 장면이 가세하는 것은 30여 일 내내 쳐다봐야 할 바둑판 모양의 단조로움 때문이겠지요. 경직된 네모 칸 속에 결박된 개별 숫자는 당일 처리해야 할 어떤 일정을 시각적으로 강요합니다.
달력 숫자 칸이 깨알 같은 메모로 더럽혀지는 까닭도 달력과 다이어리의 기본 골격이 동일해서입니다. 틀 지워진 달력의 구성만큼이나 그걸 대하는 우리의 정서도 판에 박혔습니다. 때론 달력은 감정이입의 대상인데, 특정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간절함이 일과의 종료와 함께 숫자 위에 ×자로 표현되는 예를 봅시다. 동일한 재질의 12장이건만 보편적으로 제일 의미심장한 페이지는 늘 처음 1월과 마지막 12월입니다. 시작과 마무리라는 상징성이 만든 판타지 때문이지요. 그러나 돌이켜볼 때 처음과 끝 장에 얽힌 남다른 추억이나 포부의 이행은 매우 희박하게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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