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달력의 구성은 판에 박혔습니다. 일곱 칸짜리 바둑판 위로 아라비아 숫자가 기입되고, 보기 좋은 그림이 여기에 결합되는 형식입니다. 달력의 매 장마다 부록처럼 ‘그림 좋은’ 장면이 가세하는 것은 30여 일 내내 쳐다봐야 할 바둑판 모양의 단조로움 때문이겠지요. 경직된 네모 칸 속에 결박된 개별 숫자는 당일 처리해야 할 어떤 일정을 시각적으로 강요합니다.
달력 숫자 칸이 깨알 같은 메모로 더럽혀지는 까닭도 달력과 다이어리의 기본 골격이 동일해서입니다. 틀 지워진 달력의 구성만큼이나 그걸 대하는 우리의 정서도 판에 박혔습니다. 때론 달력은 감정이입의 대상인데, 특정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간절함이 일과의 종료와 함께 숫자 위에 ×자로 표현되는 예를 봅시다. 동일한 재질의 12장이건만 보편적으로 제일 의미심장한 페이지는 늘 처음 1월과 마지막 12월입니다. 시작과 마무리라는 상징성이 만든 판타지 때문이지요. 그러나 돌이켜볼 때 처음과 끝 장에 얽힌 남다른 추억이나 포부의 이행은 매우 희박하게 기억됩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119 대원 ‘입틀막’, 군사정권 언론통제와 뭐가 다르냐”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조국 “더운 것도 윤석열 탓…공천 개입 확인되면 탄핵 스모킹건”
김종인 “김영선, 개혁신당 비례 요구…말 꺼내지도 말라 했다”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분단 확연한 한반도의 밤…북한에서 빛나는 두 지역은?
삐삐 터진 다음 날 무전기 폭발…레바논서 최소 20명 사망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SK하이닉스 주가 7%대 급락…모건스탠리 목표주가 낮춘 여파
친한계 김종혁 “당원들도 김건희 여사 좀 다니지 말라고까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