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레이스의 섹시한 이중 과제

등록 2006-12-08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레이스는 전적으로 여성의 것입니다. 순백, 꽃무늬, 리본 매듭, 비침 문양, 이 모두 여성적 징표를 위해 복무해온 레이스의 구성입니다. 망사 재질의 투과성 위로 아로새겨진 꽃무늬는 동일 패턴을 기계적으로 반복합니다. 레이스의 목적은 스스로를 드러내서 뽐내는 것이 절반이고, 그것이 보일 듯 말 듯 가린 속살에 주목시키는 것이 또 다른 절반입니다. 때문에 레이스의 이중 과제가 가장 노골적으로 수행된 예로 나이트가운과 여성 속옷이 떠오릅니다.그러나 레이스의 기세는 더러 겉옷으로 연장되기도 합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는 겉옷에 포인트로 달라붙은 레이스의 몫일 정도입니다. 반사적으로 란제리를 연상시켜온 레이스는 굉장한 섹스어필을 담고 있습니다. 속살을 감추듯 드러낸 양면성이야말로 레이스에서 눈 못 떼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레이스의 본령은 속내를 노출하는 것이지만, 외관상 꽃무늬를 보여주는 양 위장합니다. 남성은 레이스를 통해 여성을 감상하려 합니다. 가만있자, 레이스가 남성을 위해 고안된 걸까요.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