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본디 내복 고안의 설계 속에, 설마하니 착용자의 수치심을 자극할 목적 따위가 포함되었을 리 만무합니다. 보온에 집중한 한철 의상 내복의 실용성은 그 대가로 미관을 포기했고, 따끈한 충성심에도 그들에게 돌아온 외면과 홀대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각선미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내복 고유의 붙임성 때문에, 5등신 체형의 동아시아인에게 내복이란 일종의 적나라한 폭로성 의상 외엔 달리 표현할 방도마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입은 이의 ‘신분과 무관’하게 우둔한 발레리나로 둔갑시키는 내복의 몰취향은 입은 이의 ‘의지와도 무관’합니다. 하여 내복 착용의 결정 요인은 바깥 기온의 하강보다는 안(內) 자존심의 포기 여부와 밀접합니다. 쫙 달라붙게 포위된 자신의 신체를 응시하며 기력 쇠진을 의심하면서 괜히 초라해지는 사정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년 내복 생산에 차질이 없는 걸로 봐서 따뜻한 발레리나의 유혹을 몸속 깊이 숨기며 사는 이가 많다는 얘기지요. 수치심을 안에 숨길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임기반환점 윤 지지율 17%…이조차 바닥이 아닐 수 있다
“비혼·비연애·비섹스·비출산”…한국 ‘4비 운동’ 배우는 반트럼프 여성들
명태균 변호인 “윤 부부 추가 녹취 기대말라…강혜경 숨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
기상 양호했는데...12명 실종, 2명 사망 금성호 왜 뒤집혔나
임은정 “윤, 건들건들 반말…국정 문제를 가정사처럼 말해”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아들 등굣길 걱정에 위장전입’ KBS 박장범, 스쿨존 속도 위반 3차례
검찰, 명태균 오늘 세번째 조사…“제기된 모든 의혹 들여다볼 것”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발견 어려워…신종 4종 한국서 확인
명태균 변호인, 반말로 “조용히 해”…학생들 항의에 거친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