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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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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포장지, 정장

등록 2007-01-20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선물이 알몸 그대로 전해지는 예는 드뭅니다. 포장이라는 나름의 격식을 차려야 주는 이의 성의가 선물에 담긴다고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런지 입증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포장지 안 싼 물건, 봉투에 안 담긴 현찰이 무례한 것으로 곧이곧대로 믿어지는 관례만이 입증될 뿐입니다. 크고 작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려면 육신의 포장이 요구되며, 이때 소용되는 의상을 흔히 정장이라 부릅니다. 사회생활 ‘입봉용’ 인체 포장지랄까요. 관혼상제와 입사 면접 자리에서 정장을 거부하는 행위는 극한 경우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도전을 넘어 무례로 간주되곤 합니다. 긴급상황에 대처하기로는 스판 재질의 추리닝이 더 어울릴 성싶은 경호원과 조폭마저 정장을 챙겨 입는 걸 보면, 이 복장은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가치 체계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조직 부적응과 정장 혐오는 유사한 취향이며, 고액 연봉을 포기한 자유직 종사자는 평상복으로 보상받습니다. 정장 완성의 화룡점정 넥타이는 조직에 목이 낚이는 모습을 표상하는 액세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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