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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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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녹색, 사람의 녹색

등록 2007-0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녹색이 평화와 환경의 대변자로 기억되는 까닭은 식물군의 유니폼이 초록 일색이고 관련 단체들이 내건 로고가 너나 할 것 없이 녹색으로 채택된 데에 기인하는 바 큽니다.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는 자연친화적 색채는 칠판도 접수합니다. 일군의 피교육생은 녹색 패널 위로 벌어지는 사태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합니다. 이때 녹색은 다소 일방적이고 교육적인 바탕화면입니다. 엄격한 규칙과 승부가 녹색과 관계를 맺는 예는 더 있습니다. 운동 경기는 결국 초록(잔디)으로 도배된 필드에서 시작되고 완성됩니다. 축구장, 골프장, 심지어 몇 평 남짓의 당구대까지. 그러나 자연 친화를 위장한 인위적 녹색은 정반대의 효과를 초래합니다. 가령 살상이 목적인 전투복! 녹색의 난폭성은 헐크의 흥분한 피부빛, 상대를 위협하려고 박살낸 소주병 등에서 찾아집니다. 그렇지만 녹색은 태생적으로 강경 발언하는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나 봅니다. 보행 신호등을 두고 ‘파란불’이라 우겨대도 너그러운 녹색이 화낸 적은 없습니다. 그건 필시 녹색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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