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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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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가치 있는 갈색

등록 2007-03-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영화로도 재연된 한 아동소설에선 동심을 실현하는 최적소로 초콜릿 공장이 설정됩니다. 그저 칙칙한 갈색 덩어리에 쏟아지는 세대를 뛰어넘는 열광과 인기를 알 법하죠? 초콜릿 중독은 쾌감을 촉발하는 세로토닌 분비 때문으로 풀이되곤 합니다. 특유의 달콤 씁쓸한 맛과 쾌감 유발은 사랑의 본질과 닮지 않았습니까. 사랑 고백에 늘 초콜릿 선물이 대동하는 이유이기도! 그렇지만 연인관계의 유지에 초콜릿 성분이 기여하는 몫은 화학적이기보다 기분학적입니다. 브라운 계열 색, 물컹물컹한 감촉, 그리고 인상적인 향내. 초콜릿 탐닉을 결정하는 세 가지 감각 성분입니다만, 이 모두를 동일하게 공유하면서 정반대로 입맛을 떨어뜨리는 초강수의 갈색 덩어리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둘 다 우리에게 쾌감을 준다는 점에서는 똑같네요. 갈색 초콜릿 덩어리는 입구멍을 통과하며 ‘채움의 미각’을 자극하는 반면, 또 다른 갈색 덩어리는 아랫구멍으로 배출되며 ‘비움의 쾌락’과 연결시킵니다. 아무튼 모두 가치 있는 갈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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