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표면장력에 의존해 글라스 상단에 아슬아슬 매달린 거품의 풍성함이야말로 여느 주류와 맥주를 구분짓는 상징성이 아닐까 합니다. 본래의 강한 맛을 일단 한번 걸러주는 효과 및 감미로운 미관 때문에 거품을 동반시킨 음료들이 꽤 됩니다. 카푸치노는 개중 으뜸으로 잔 가득 부풀린 눈송이 같은 거품이 원액의 센 맛을 중화시켜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음미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더욱이 입 언저리에 ‘고의로’ 묻힌 포말은 마신 이를 또 얼마나 귀엽게 만듭니까? 미세한 공기방울의 총합인지라 부드럽고 불투명한 덩어리인 거품은 그 속내를 볼 수 없습니다. 비누 거품에 가린 지저분한 신체는 금세 때 빼고 광낸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거품으로 덮인 음료수는 곧 원액의 즐거움을 노출합니다. 그러나 거품의 숙명은 터지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본질보다 부풀려진, 때문에 허황된 전모가 낱낱이 드러나는 현상을 통틀어 곧잘 거품에 비유합니다. 버블 경제, 부동산 거품, 몸값 거품 따위. 넉넉한 외관, 감미로운 입맛에 속아 그 빈속까지 믿진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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