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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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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과 누렁 사이

등록 2007-02-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명도에서 꿀릴 게 없는 노랑은 주의와 주목이 요구되는 모든 곳에서 일등공신입니다. 잿빛 양복부대 틈새로 채도 높은 노란 스커트는 주변의 시선을 송두리째 차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무채색 검정 아스팔트의 정중앙을 가른 노란 줄의 도도함은 ‘넘어오지 말라’는 주의 신호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노랑은 절기 중 봄과 늘 한 배에 태워집니다. 태동, 생동, 새침, 청순, 거기에 설익음까지 노랑이 커버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주의와 설익음 그리고 생동을 모두 겸비한 어린이 보호차량에 노란 도색이 권장되는 까닭이 관련 법령에 근거할 만큼 노랑에의 신뢰는 두텁습니다. 그러나 노랑의 본질이 황색으로 번역될 때, 유발되는 인상은 생경하며 또한 상이합니다. 중국의 황하는 흙탕물임에도 노랑이라 주장하니 말입니다. 한편, 노쇠와 관리 소홀이 노란색의 얼굴로 표현되는 예도 있어 우리를 당혹하게 합니다. 요컨대 ‘누런’으로 수식되는 모든 대상의 몰골이 그렇습니다. 누런 치아가 대표적! 이야말로 진정한 ‘황색’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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