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선곡 요따구로 멋지게 할거야?

등록 2006-11-30 15:00 수정 2020-05-02 19:24

재밌는 코너는 역시 음악도 남달라… 개그보다 있기 있는 배경 음악…마빡이 ·나몰라 패밀리 등 음악 잘 골라주는 센스!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어린이들, 이 노래는 순수한 유년시절을 노래한 곡이라구. 그런데 왜 자꾸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는 거야! 어린이들, 유년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미스나’ 나상실 여사님께서 이렇게 개탄하실 법하다. 영화 에 삽입된 ‘자전거 탄 풍경’의 을 두고 하는 얘기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로 시작하는 이 곡이 ‘마빡이’의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이 곡만 나오면 어린이들이 이마를 치는 무조건 반응을 보인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사는 8살 최모군은 비석치기를 뜻하는 ‘망까기’와 ‘말타기’를 ‘마빡이 마빡이’로 부르며 이마를 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수많은 제보의 공통점은 어린이들이 이 노래를 달달 외울 만큼 즐기고 좋아한다는 점이다.

인도 가수 달러 멘디 연달아 히트

엄마도 알고 아빠도 알고 아들딸도 아는 전 국민적 히트곡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자전거 탄 풍경’의 처럼 개그 프로그램에 쓰여 광고 배경음악으로 진출하거나 벨소리·컬러링 다운로드 순위권에 진입하는 곡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또 배경음악이나 삽입곡의 순위를 보면 개그 코너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개그 프로그램 코너에 쓰여 세상에 알려지고 뜨기까지 한 대표적인 곡은 ‘만사마’의 일명 ‘뚫흙송’이다. 인도 국민가수 달러 멘디가 부른 이 곡 은 한동안 전 국민의 입에서 불렸다. 최근 달러 멘디의 또 다른 곡 가 의 ‘놀아줘’에서 깐죽이들이 등장할 때 흘러나오면서 먼 나라 인도의 국민가수 달러 멘디의 곡이 연달아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대중과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는 팝음악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쓰여 뒤늦게 활짝 핀 경우도 있다. ‘나몰라 패밀리’에서 몸을 앞뒤로 흔드는 동작에 맞춰 나왔던 미국 힙합 뮤지션 ‘서 믹스 어 랏’의 은 코너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 발표된 지 14년이 지난 지금 인기를 끌고 있다.

‘나몰라 패밀리’의 김경욱이 영화 에서 이 곡을 듣고 기억해뒀다가 코너에 잘 어울리겠다 싶어 붙였다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가사 내용은 여자의 크고 둥근 엉덩이가 좋다는 엉덩이 예찬론이다. ‘패션7080’에서 박준형이 강남 스타일 ‘마들워킹’을 할 때 나오는 선율이 저릿한 곡은 영국 밴드 ‘킨’의 이다. 기타 자리에 피아노를 놓은 밴드 ‘킨’은 2002년 이 곡으로 주목받으며 최고의 밴드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지명도가 있지는 않지만 ‘패션 7080’ 덕분에 일요일 9시대 공중파를 타고 있다.

야릇한 사모님과 앙앙대는 데이지에 딱!

코너가 시작할 때 흘러나오는 곡이 코너와 딱 맞아떨어지면 코너의 분위기는 바로 뜬다. ‘사모님’의 분위기 메이커는 일본 시부야계 뮤지션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다. 멋스럽고 고상하고 우아하지만 어딘가 야릇한 가 쫙 깔리고 벨벳 원피스와 흰색 모피숄, 반짝이는 티아라까지 갖춘 사모님이 등장하면 뭔가 사건이 벌어진다. 물론 그 사건은 음악의 뒤통수를 때리는 사모님의 언행이다. 강유미·유세윤 콤비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인 ‘사랑의 카운슬러’는 사랑 코너답게 ‘엘오엘오엘오브이…’ 후렴구가 신나는 미국의 아이돌 스타 애슐리 심슨의 를 쓰고 있다. ‘퀸카 만들기 대작전’이 시작할 때 웅장하게 흐르는 음악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의 OST 다. 주인공 신쿠의 테마이기도 한 는 애니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곡이다. ‘맨발의 코봉이’의 아주 아주 착한 코봉이에게는 하나뿐인 여자친구 데이지(절대 빨리 읽으면 안 된다)가 있다. 빨간색 멜빵 치마가 잘 어울리는 데이지의 주제곡은 ‘라이너스의 담요’의 이다. 데이지는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노래 제목처럼 소풍가는 기분으로 스텝을 밟으며 ‘앙앙’ 무대로 뛰어나온다.
개그 코너에 쓰여서 뜬 좋은 음악을 찾다 보니 대부분 재밌는 코너에는 좋은 음악이 쓰였고 남다른 음악이 쓰인 코너는 아이디어도 남달랐다. 개그맨들이 코너의 아이디어부터 들어가는 삽입곡까지 고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개그 감각이 좋은 개그맨은 음악 감각도 좋다. 이제 남은 일은 개그맨의 감각이 빛나는 음악을 감상해주는 것! 애인이 우울해할 때 과 함께 나몰라 댄스를, 부모님 환갑잔치에서 에 맞춰 마빡이 동작을 선보이면 딱이다. 기분이 나른한 날에는 를 틀어놓고 이렇게 외쳐보자. “김 기사, 선곡 요따구로 멋지게 할 거야? 어서 틀어봐!”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