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야 놀자’ 등 간만에 정치 풍자 작렬, 그런데 성대모사만 한 게 없는데…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무소속 이회창 대선 후보의 대권 도전 기자회견을 보면서 배칠수와 김학도가 떠올랐다. 이회창 성대모사의 대명사가 바로 배칠수와 김학도 아닌가. 이회창 후보의 모습이 뜸하던 시절, 이회창의 목소리보다 배칠수가 성대모사하는 이회창의 목소리가 더 익숙했다. 그래서인지 이회창 후보가 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쑥 웃음이 튀어나온다. 의 하찮은 형 개그맨 박명수도 한창 때 이회창의 외모까지 흉내내곤 했다. 지난 2002년 대선이 끝나고 문화방송 ‘3자 토론’에서 박명수·배칠수·김학도는 각각 이회창·노무현·권영길의 성대모사를 해 큰 웃음을 줬다. (박명수가 이회창 성대모사를 할 때 목소리와 호통 개그를 할 때의 목소리는 형제지간이 분명하다.) 정치인 성대모사 개그의 계절, 대선이 코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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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방송 에서 개그맨 노정렬이 진행하는 ‘뉴스야 놀자’ 코너를 보다가 간만에 머리를 굴리며 웃었다. 이회창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박정희부터 노무현까지 역대 대통령들과 이명박, 이회창 후보를 일렬로 정렬해서 의견을 들어본다는 내용이었다. 노정렬은 한명 한명 성대모사를 했다. “님자, 이거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이야. 쇼를 할 때라 이거야. 표 곱하기 표 곱하기 표는 쇼! 핵심은 박심이야.”(박정희) “본인은 이 총재 출마가 좋아, 아주 좋아. 그리고 이 총재 잘되면 본인 개평 좀 챙겨줘. 본인은 오링 났어.”(전두환) “지가 당 맹글어놓고 그 간판 들고 나와가지고 두 번씩 떨어져불고 또 나옵니까. 이거는 참으로 비대중적이고 비평화적인 처사다. 정치야말로 시나리오 없는 시네맙니다. 나도 특별출연해서 이번에 아카데미상 좀 받아볼까.”(김대중) “이 총재, 떨어져놓고 또 나오면 어떡합니까, 모냥 빠지게.”(노무현) “이건 반칙이다, 새치기다, 무임승차다, 이러면 안 된다. 이건 명명백백하게 반칙이다. 아하하하!”(이명박)
‘뉴스야 놀자’ 외에도 대선을 앞두고 개그 프로그램들이 시사풍자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기호 0번 박 후보’에는 개그맨 박준형이 ‘웃보당’ 후보로 나와 풍자 개그를 선보이고 있으며, ‘대안제국’과 ‘미인본색’, ‘형님뉴스’도 풍자적인 요소를 더 세게 넣었다. 문제는 이러한 시사풍자 코너가 별다른 시원함이나 웃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정치적 사안의 핵심을 집어내지 못하고, 그 핵심을 콕 찌르는 구성과 대사도 부족하다. 또 어디든 가져다 붙여도 되는 두루뭉술한 비판을 꼭 제일 마지막에 하고 끝내는 뻔한 구성이다. 개그맨과 제작진은 “우리도 시사풍자 개그를 했다”는 식의 자위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뭘 풍자한 것 같기도 하고 대충 언급하고 넘어간 것 같기도 한 매우 ‘같기도’적인 인상만 받는다. 어설픈 시사풍자 개그보다는 역시 정치인 성대모사 개그가 더 설득력이 있다. 실명 정치인의 성대모사 개그는 직접 그 정치인을 내세우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치적 사안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그의 입에서 듣고 싶은 말이나 그의 속내를 드러내는 말을 그와 똑같은 목소리의 개그맨에게서 듣기 때문에 직접적인 풍자가 가능하다. 이런 식의 성대모사 개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텔레비전이 아닌 라디오다. 문화방송 표준FM 나 , SBS 러브FM 는 정치인 성대모사 개그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이들이 들려주는 속 시원한 정치 풍자 개그에 꼭 한 번씩 크게 웃게 된다. 개그 프로그램도 어설픈 시사풍자 코너보다 차라리 잘 만든 성대모사 코너를 밀어보는 건 어떨까.
개성만점 목소리를 개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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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정치 개그가 나오고 있지 않다. 지지난 대선이나 지난 대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성대모사가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성대모사로 뜬 정치인도 없다. 이회창 후보나 권영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이미 들을 만큼 들었고, 문국현 후보 등 군소 후보들은 목소리에 별다른 특색이 없다. 대선의 핵인 이명박 후보는 성대모사로 듣기에 썩 유쾌하지 않은 목소리이고, 정동영 후보는 뉴스 앵커 출신답게 발음과 발성이 지나치게 정확해 개성이 없다. 여기서 대선 후보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개그맨부터 시민까지 누구나 따라 하고 싶은 개성 만점의 목소리를 개발하시라. 목소리 따라 하다가 친근감에 못 이겨 표까지 선뜻 내줄지도 모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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