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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 아버지~ 고고씽, 웅이 아버지~

등록 2007-11-16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코믹 휴먼다큐멘터리라는 소개부터 심상치 않았던 SBS ‘웅이 아버지’ </font>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이 이야기는 웅이 아버지의 일대기를 가상으로 그린 코믹 휴먼다큐멘터리입니다.”

코너의 시작을 알리는 내레이션부터가 심상치 않다. SBS ‘웅이 아버지’가 코믹 휴먼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들고 나왔다. ‘1화 웅이네 가족’, ‘4화 웅이 어머니의 새 남친’ 등 매회 제목도 있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속극 형식까지 갖추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코너 이름 그대로 웅이 아버지다. 코너 이름이 없어도 딱 한 번만 보면 웅이 아버지가 주인공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코너가 진행되는 5분 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웅이 아버지~”, 이 중독성이 강한 대사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4화에 걸쳐 진행된 ‘웅이 아버지’를 보면 웅이 아버지의 인생은 순탄치 않다. 여기서 잠시 웅이 아버지의 인생 역정을 들여다보자.

왕눈이 아버지와의 삼각관계도 갖춰

‘경기도 황성시 망하면 썩소4리’에 사는 웅이 아버지(이진호)는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다. ‘강남필’ 의상과 ‘샤기커트’를 즐기며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취미인 웅이 아버지, 그에게는 20여 년 전 ‘왕 게임’을 하다가 “1번 4번 결혼해”라는 왕의 명령으로 결혼한 웅이 어머니(오인택)가 있다(‘당연하지’ 게임 도중 “너 나랑 결혼할래?”라고 공격한 웅이 어머니에게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가 결혼했다는 설도 있다). 웅이 어머니를 구박하고 무시한다( ‘대화가 필요해’의 ‘동민이 아부지’와 형제지간이라고 해도 믿겠다). 어쨌든 그래도 웅이 아버지에게는 웅이 어머니가 전부다. 웅이 어머니 역시 평범한 한 가정의 안주인이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와 모든 남자를 일정한 톤으로 ‘누구누구 아버지’라고 부르는 말버릇까지 전형적으로 평범하다. 그렇지만 웅이 어머니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썩소2리에 사는 왕눈이 아버지(양세찬)다. 하는 말이라고는 “이리 오슈”가 전부인 왕눈이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속은 깊은 남자다. 웅이 어머니는 왕눈이 아버지와 웅이 아버지 사이에서 늘 방황 아닌 방황을 한다. 그러나 웅이 어머니의 마음은 늘 웅이 아버지에게 있다(진정 웅이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말끝마다 “웅이 아버지”만 그렇게 찾아댈 리가 없다).

이 코너는 나름대로 휴먼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먼저 인간사의 기본인 사랑과 갈등, 또 삼각관계가 있다. ‘웅이 아버지-웅이 어머니-왕눈이 아버지’의 삼각관계는 흥미진진하다. 웅이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한 웅이 어머니, 웅이 어머니를 좋아하지만 낯간지러운 말은 하지 못하는 웅이 아버지, 또 웅이 어머니를 향한 사랑에 불타는 왕눈이 아버지. 최루성 농촌 멜로풍의 중년 삼각 로맨스라 하겠다. 출생의 비밀도 있다. 중국에 유학 중인 웅이가 돌아와 아버지와 해후하지만 여기서 갑자기 왕눈이 아버지가 등장해 난데없이 자신이 웅이의 아버지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웅이 아버지는 왕눈이 아버지와 ‘홀짝’ 게임에서 지고, 웅이는 왕눈이 아버지의 품으로 뛰어든다. 출생의 비밀에서는 를 능가하는 대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변사풍의 내레이터, 무대를 좌지우지

내레이터 역시 휴먼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요소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익숙한 휴먼다큐멘터리 하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금희 아나운서의 차분한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이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사람 심리를 귀신같이 읽어내는 신의 기술로 시청자를 울린다. ‘웅이 아버지’의 내레이터(이용진)도 이에 못지않다. 단 한 번도 아나운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듯한 변사풍의 목소리로 사람의 목숨도 좌지우지한다. 내레이터가 “그리하여 웅이 어머니는 웃다가 죽었습니다”라고 하면 웅이 어머니는 웃다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쥐로 환생한 웅이 아버지가”라고 하면 웅이 아버지가 네 발로 걸어다니는 쥐가 된다. 얘기가 삼천포로 빠진다 싶을 때 내레이터는 급작스럽게 “…라는 전설적인 이야깁니다”라며 다큐멘터리를 끝내버린다. 내키면 다음회 예고편도 내보낸다. “제2화 새로운 출발의 웅이 어머니 기대해주세요!”라고.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코믹 휴먼다큐멘터리 ‘웅이 아버지’에서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웅이 아버지가 이렇게 영영 끝나버린다는 전설적인 이야깁니다”라면서 조기 종영해버리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우선 웅이 아버지만 믿고 가보자! “웅이 아버지~,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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