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에세이’ 같은 독특한 여행기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장태호 지음, 종이심장 펴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어슬렁거리는 여행기다. 이 책에는 그 흔한 지도 한 장 없다. 도시의 맛집 정보나 교통편,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설도 없다. 대신 책을 펴들면 인도양과 대서양의 찰랑이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들의 함성과 자카드 펭귄의 꿱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여행기는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 어찌 보면 ‘포토 에세이’ 같기도 하고, 칸 사이의 리듬을 따라 흘러가는 만화 같기도 하다. 텅 빈 지면에 “당신은 희망봉을 보았습니까?”라는 글자만 눈에 들어올 때도 있다. 한마디로 자유롭다. 지은이 장태호씨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2년 동안 머무른 공력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케이프타운 이곳저곳을 누빈다. 그의 글은 낭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여행의 의미를 전달한다. 독자들은 충실한 여행 가이드를 기대하지 말고 “사람이란 말야… 여행이란 말야…” 하는 그의 수다에 귀기울여야 한다.
“순조로운 일상”이라는 “다른 방식의 불행”을 벗어나 먼 곳을 바라보게 하는 시그널 힐, 아주 작고 아름다운 사막 아틀란티스 샌듄, 갓 잡은 참치와 숯불구이 ‘브라이’의 맛, 늙어서 사냥에 실패하곤 하는 사자왕 자카, 희망봉의 풍경이 눈앞에 가득 펼쳐진다. 백인 친구가 “흑인들이 돈을 뺏고 총을 쏠거야”라고 경고한 흑민 빈민지역 히라레 산책도 재미있다. 흑인 정권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흑인들은 히라레에 갇혀 있다. 그가 목사를 따라 벌벌 떨며 들어선 히라레 거리. 당한 ‘범죄’라곤 달콤한 귤을 좀 비싼 값에 산 것뿐이다. 이것을 지은이는 ‘히라레 감귤 사기 사건’이라 부른다. 이후 그가 히라레 거리를 즐겁게 돌아다니다 돌아올 때면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그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가” 묻곤 한다. 그의 대답은 “히라레처럼 걸으세요.” 명품 가방에 선글라스를 걸친 백인 부자처럼 걷지 말고 허름한 샌들을 신고 흐느적거리며 걸어다니면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여행을 떠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책상 앞에서 여행기나 뒤적이며 욕망을 대리충족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은이가 말하는 여행의 의미는 ‘가든루트’ 중간에 있는 멋진 휴양지, 월즈니스에서 만난 에이든 할아버지의 말 속에 있는 것 같다. “이건 비밀인데, 월즈니스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줘. 대신 오래 머무른 사람한테만 해주는 거야.” 지은이는 말한다. “나도 언젠간 당신처럼 나만의 월즈니스를 만나겠어요.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당신처럼 하얗게 늙어가겠어요.” 책을 덮고 나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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