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
김윤영 지음, 실천문학사(02-322-2161) 펴냄, 9800원
소설가 김윤영의 8개 단편을 묶었다. 다른 젊은 작가들과 달리 그는 현실의 모순을 기꺼이 끌어안는다. 당연히, 소설은 무한경쟁의 21세기 후기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한다. 1971년생 작가의 이 말에 주의를 기울여볼 만하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이 땅에 도래한 지 어언 10년인데 나는 아직도 자신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 시스템에 대해 어떤 의문을 가져야 할지, 전략적으로 살아가는 대신 우린 무엇을 잃었는지, 그 고민들이 이 책에 파편처럼 담겨 있다.”
개벽과 상생의 문화지대, 새만금문화권
김성환 외 지음, 정보와사람(031-908-4144) 펴냄, 1만8천원
개발인가, 환경인가라는 이분법을 넘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사는 미래 문화의 대안을 제시한다. 새만금 갯벌에 국한되지 않고 전북 서부지역의 바다와 섬과 갯벌,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와 사람들이 모두 어우러진 ‘새만금문화권’을 제안한다. 인문학자들로 구성된 필진은 새만금 논쟁을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2005년부터 군산대학교의 환황해연구원에 지역문화연구센터를 설치해 본격적인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여우처럼 걸어라
톰 브라운·주디 브라운 지음, 김병순 옮김, 보리(031-955-3535) 펴냄, 1만4500원
여섯 살부터 열세 살 아이들의 감각을 일깨우게 도와주는 안내서. 아이들이 어렵다고 느끼거나 지루하게 배우지 않도록 놀이를 하면서 감각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지은이 톰 브라운은 미국의 유명한 필드 가이드로 알려져 있다. 자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안전하게 되돌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자연에서 지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여러 가지 생존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주제와 변주
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02-734-6591) 펴냄, 1만8천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 이상 책을 가까이하며 지낸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통해 가장 만나고 싶은 지은이를 선정하고, 그들의 이름으로 초대의 편지를 썼다. 이 책은 그렇게 초대된 지은이와 청소년들의 대화를 기록한다. “생을 살면서 꼭 한 번쯤 생각해야 할 문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런 문제들이 있기는 한 걸까? 내 일상의 가장 절실한 문제는 무엇인가” 등 청소년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분석하고 그 의문들을 함께 모여 고민했다.
우리 역사 과학기행
문중양 지음, 동아시아(02-757-9724) 펴냄, 1만3천원
이공계 박사 출신으로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문중양 교수의 우리 과학사 기행. 지은이는 “서구식 잣대로 우리 과학을 이해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는다. 첨성대, 석불사 석굴, 훈민정음, 앙부일구, 금속활자, 거북선, 수표교, 천상열차분야지도, 혼천시계, 천하도 등 18가지 주제를 선정해 각각의 유물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짚어본다. 예컨대 첨성대는 단순한 천문대가 아니라 ‘직방 세계’를 다룬 전통 세계지도다.
난민과 국민 사이
서경식 지음, 임성모·이규수 옮김, 돌베개(031-955-5020) 펴냄, 1만8천원
재일조선인 서경식이 90년대 중반부터 발표한 시론과 시평들을 모았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재일조선인의 역사, 민족주의와 국민주의, 일본 우경화 문제 등에 관한 지은이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정리한 글들이다. 지은이는 재일조선인을 ‘탄광 속 카나리아’에 비유한다. 재일조선인은 그 역사적 경험 때문에 모든 국가주의의 허위성과 위험성에 가장 민감하다는 것이다. 지은이에게 조국이란 차별과 지배를 함께 극복해낸 자들의 자유로운 공동체다.
마음의 생태학
그레고리 베이트슨 지음, 박대식 옮김, 책세상(02-707-0100) 펴냄, 3만2천원
인류학, 정신의학, 사이버네틱스 등에 큰 영향을 미친 영국의 사상가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주요 저작들을 모았다. 지은이는 현대 문명의 위기가 육체에서 마음을, 물질에서 정신을, 자연에서 인간을 분리한 데서 시작됐다고 보고 근대 과학의 방법론에 비판을 가한다. 그는 물질에서 마음이 배제되지 않은 새로운 인식론을 마련함으로써 기술지상주의 아래 황폐해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정립한다. 여기서 ‘마음’은 유기체 이상을 포괄하는 정신 시스템이다.
나비와 전사
고미숙 지음, 휴머니스트(02-335-4422) 펴냄, 2만3천원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탈근대, 근대, 18세기라는 세 개의 그물망을 교차시켜 새로운 앎과 삶의 비전을 탐구한다. 시공간·인간·성·몸·앎·글쓰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지은이에게 근대는 수난과 저항의 기록만이 아니다. 그에게는 당시 한반도를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에 새겨진 인식의 지층들이다. 지은이는 오늘의 인문학이 근대에 사로잡혀 있다고 진단하면서 근대를 뛰어넘으려면 근대의 외부를 사유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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