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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누가 부시 좀 치료해줘

등록 2005-09-15 00:00 수정 2020-05-03 04:24

미국 대통령을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한 <부시의 정신분석>

<부시의 정신분석>(저스틴 A. 프랭크 지음, 한승동 옮김, 교양인 펴냄)은 부시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정신분석의인 지은이의 걱정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다. 왜일까? “내 환자 가운데 말과 실제 행동이 번번이 다른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가 왜 그러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그가 만일 옳고 그름, 선과 악, 동지와 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나누는 경직된 세계관을 내보인다면 그의 현실 파악 능력을 심각하게 의심할 것이다.” 지은이는 지난 몇년 동안 자신의 환자는 아니지만, 한 사내의 모순된 말과 행동을 보며 경악했다고 말한다. 그의 이름은 조지 부시다.

정신분석인 만큼 이 책은 부시와 어머니의 관계부터 추적한다. 바버라 부시는 강인함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아이들의 엄마로서 언제나 아이들의 감정을 억누르고 논쟁을 중단시키고 정서적 개입을 끊는 태도를 고수했다. 적절하고 만족스런 보살핌을 받은 아기일수록 실제 현실을 파악하는 지각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엄마와 아기 사이에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아기는 거친 방식으로 불안을 다스리려고 한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외부 환경에 투사하며, 나쁜 감정을 소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단지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쓴다. 이런 아기는 선과 악으로 분열된 이분법적 세계관을 유지한다. 부시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지은이는 부시에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을 내린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노출된 부시는 한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충동적이며, 가끔 어린애 같은 행동을 한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학습장애를 보이고, 뉘우치거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시. 그는 정면으로 맞설 수 없는 불안을 진정시키려고 한때 알코올 중독에 빠져든다. 지은이는 부시가 이제 술을 끊었지만 여전히 알코올 중독자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사고의 경직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엉터리 신념에서 보듯, 이미 신용을 잃어버린 생각이나 계획들에 집착하는 거의 강박증적인 사고방식이다.

부시는 알코올을 대체한 새로운 평안의 샘, 종교를 발견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와 알코올, 종교는 확실히 연관성이 있다.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입증되지 않은 믿음에 집착하는 사람은 믿음과 사실을 혼동하게 되며(부시가 이라크를 알카에다 소굴로 믿은 것처럼) 종종 타인들까지 혼돈에 빠뜨린다. 게다가 자신을 하나님, 혹은 하나님의 사도로 착각하게 된다. 부시가 이라크전을 십자군 전쟁에 빗대 말했을 때, 그것은 기독교 우익을 향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그 자신의 맹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은이는 복지정책과 전쟁을 통해 본 사디스트 성향, 아버지 부시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을 조근조근 짚어나가고, 말미에는 치료법까지 말한다. 만약 부시가 지은이의 진료실 소파에 누웠다면, 길길이 날뛰며 ‘저항’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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