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
그곳에서 지금 우리를 보고 계신지요?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고 계시겠지요. 지난해 5월은 상실감과 비탄의 계절이었습니다. 계절의 여왕은 빛이 바랬습니다. 강산도 울고 우리도 울었습니다.
이 5월 우리는 또 눈물을 흘립니다. 지난 4월 46명의 우리 아들들을 푸른 바다 속으로 보냈기 때문입니다. 보셨지요? 모든 어머니가 통곡하고 아버지가 절망하고 형제가 아파하는 모습을…. 이제 5월이 절망의 계절로 각인될까 두렵습니다.
못나고 내세울 것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높은 분,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다 알까마는 그래도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게 아닌데’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 생각은 가까이에 있는 낙동강을 바라보다가도, 멀리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을 보다가도 불쑥불쑥 듭니다. 지금의 정책들이 타당한 건지, 안보는 제대로 돌아가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스스로 한 나라의 최고경영자(CEO)임을 칭하는 분이니 어련하실까 싶다가도 덜컥 겁이 납니다.
지난해 5월 그때처럼 겁이 납니다. 5월이란 계절은 달력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슴은 꽉 막힌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조곤조곤 토론하고 진지하게 의논하고 싶습니다. 믿을 만한 누군가가 절실합니다. 그것이 저만의 바람은 아닐 것입니다.
지방선거가 멀지 않습니다. 나서는 이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참신하지도 믿을 만하지도, 또 합당하지도 않은 이가 목청을 높입니다.
대통령님께서 그리 되시고 참 생각이 많았습니다. “대통령 노릇 하기 참 힘들다”고 하셨지요. 그렇게 음해당하고, 훼방당하고, 딴죽 걸렸으니 오죽했을까. 끝내 이기지 못하고 지셨지요. 그렇게 지고 마셨지요.
이제 우리가 이겨보겠습니다. 올바르게 판단하고 제대로 선택해서 이겨보이겠습니다. 국가 앞에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주겠습니다. 오래오래 걸리는 느린 행보가 되겠지만, 좌절과 실망을 맞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현명하게 주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올바른 판단을 하게 노력하겠습니다.
보여주겠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생각이 깨어 있는 사람의 힘을요. 지켜봐주십시오.
그리고 먼저 간 젊은 해병들을 보듬어주십시오. 그들을 안아 위로해주십시오.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겠노라 말해주십시오.
부디 그곳에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0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며, 김상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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