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타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문애린씨의 ‘이동’ 현장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인권OTL-30개의 시선 ⑪]
문애린씨가 30분이 넘게 버스정류장에 서있다. 서울 보문동에 위치한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는 그는 업무상 광화문에 나갈 일이 많다. 그가 이용하는 273번 버스의 배차간격은 7~8분. 하지만 그에겐 배차간격이 30~40분, 혹은 그 이상이다. 273번 버스가 여러대 지나가도 그는 그대로 서있다. 저상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저상버스가 와야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제가 탈 수 있는데, 저상버스가 언제 올지 알 길이 없잖아요. 무작정 기다리다보면 30분, 40분이 넘어가죠.” 택시를 타면 휠체어를 싣기가 힘들어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곤 한다. ‘환승을 안하는 게 어디냐’고 위안하는 그는 인내의 달인이다.
그가 탈 버스의 배차간격은 40분?
그나마도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엔 거의 이용이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휠체어가 덩치가 크니까 들어가다가 사람 발을 밟을 수도 있고… 아무튼 비집고 들어가야 되니까 눈치가 보이죠.” 지하철 리프트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장애인 직원이 많은 그의 직장은 출근 시간이 10시다.
저상버스가 도입돼 기대를 많이 했지만 이용은 힘들다. 특히 휠체어를 사용하는 동료들과 여럿이 이동하는 날엔 더 낭패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저상버스에는 전동휠체어가 두 대밖에 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저상버스라고는 해도 버스 출입문의 턱은 바닥에 붙지 않는다. 우리 저상버스는 외국처럼 받침대가 내려오지 않는다. 버스를 타도 공간이 협소해 안에서는 휠체어 방향을 돌리기가 어렵다. 운전이 난폭한 기사라도 만날 경우 문씨의 휠체어는 이리저리 비틀댄다. 버스에 탑승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승객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현재 서울에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가 운행되는 노선은 총 69개다. 151번이 가장 많은 27대를 보유하고 있고 1132·1222·5530번 등은 1대만 저상버스다. 서울의 저상버스는 현재 총 540대.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곳을 많이 지나는 지선버스는 저상버스가 적거나 없다.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버스일수록 저상버스가 없는 셈이다.
김정선 서울시 버스정책담당관은 “우리 역시 저상버스의 배차 간격을 어느정도 알려줘야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 자체 조사를 해보니 저상버스 비율이 너무 작아 아직까지는 규칙적으로 운영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체 버스 대수의 절반정도는 되야 저상버스의 배차간격이 일정해 질 것이란 설명이다.
“저상버스 비율 너무 미미해 문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저상버스의 도입대수 자체가 전체 버스 숫자에 비해 너무 미미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으로 가면 그 숫자가 너무 형편없어 아직 ‘한국이 저상버스를 도입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서울시에서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2013년 이후 버스의 50% 이상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엔 아직 이런 조례가 없다.
박 위원장은 “저상버스를 도입해도 운전자에 대한 교육 미비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내부 구조도 휠체어를 움직이기 불편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애린씨가 동료들과 쾌적하게 버스를 탈 날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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