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 간다면, 1월25일에술친구의 경험담. 영국 런던발 에든버러행 비행기에 탔더니 과연 식전주도 싱글몰트 매캘란 12년. 그것도 ‘콸콸’ 부어주며 몇 잔이고 리필해준다. 흐뭇하게 얼굴이 붉어진 친구가 주위를 돌아보니, 아니 이 사람들, 너도나도 부어라 마셔라 비행기 안이 거의 술판 분위기다. ...2015-11-28 17:55
“왜 오래전에는 이런 기쁨을 몰랐을까”다리가 세 개 있으면 솥을 하나 세울 수 있다. 솥 정(鼎)이 그렇게 생겼다. 맛있는 빵, 편한 구두, 입에 감기는 술 한 잔, 읽기 전과 후, 읽은 사람을 확실히 다르게 하는 책 한 권 등등에도 세 개의 다리가 필요하다. 그중 두 개가 헌신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이 붙여...2015-11-05 20:24
그 위스키엔 담긴 건 지혜와 자부심 그리고 힘한 남자가 있었다. 1839년, 아직도 밀주 위스키의 양산박이었던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조그만 마을 더프타운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자신의 이름을 아들에게 물려줬다. 윌리엄 그랜트. 집안은 가난했지만 잉글랜드에 저항해 스튜어트 왕가를 다시 스코틀랜드 왕으로 복위...2015-10-24 14:45
일본 위스키에서 본 100살 청년의 모습일주일 동안 4천km 이상을 기차로 다니며 일본 전역의 위스키 증류소 취재를 다녀왔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산토리, 닛카 등 두 메이저 위스키 회사밖에 없는 줄 알았던 일본에 이미 중소 규모의 위스키 회사가 전국 각지에 산재하며 저마다 개성 있는 위스키 생산에 여념...2015-09-23 17:14
그들은 ‘세상의 끝’에 선 증류소에 가보아야 한다자전거는 5시간째 사방팔방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 황량한 암산 지대를 달리고 있었다. 스케줄대로라면 이미 목적지인 아벤저그 증류소에 도착할 무렵이지만, 이제 고작 반이나 왔을까 말까였다. 시월 하순에 시작되는 태풍 시즌에 헤브리디스제도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무모한 일이...2015-09-08 21:35
위스키계의 전제군주, 블렌더신이 있어 특별히 쓰다듬었구나 하는 재능이 있다. 만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절대’ 또는 ‘천부’라는 최상급의 수사를 붙일 수 있는 미각, 음감, 후각 등을 타고난 사람들. 그중 위스키 산업과 관련이 있는 것은 후각(미각이 아니라)이다. 직업상 ‘블렌더’라는 분...2015-08-25 20:19
강인한 기질 아래 숨겨진 따뜻함대지는 기질을 만들고, 그 기질은 부엌에 서면 식탁 위에, 거울 앞에 서면 입성으로, 술광에 서면 술통 안에, 그리고 전장에 서면 역사에 반영된다. 정복하지 못한 곳이 없었던 로마가 거의 유일하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러난 곳이, 그들이 칼레도니아라고 불렀던 지금의...2015-08-14 15:36
위스키 맛만큼이나 흥미진진한!지난해 9월18일 자정 무렵, 나는 스코틀랜드 동북단의 항구도시 뷕의 바닷가 숙소의 TV 앞에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의 영연방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에서 스페이사이드를 거쳐 동북단 항구까지 올라오...2015-07-30 17:56
고독한 여행자여, 당장 ‘펍’으로때로는 북반구, 때로는 남반구 낯선 곳의 낯선 술집에 스며들어 낯선 술꾼들과 어울리며 잔을 기울이는 것. 술꾼의 로망이다. 자전거 여행은, 특히 혼자 떠나는 자전거는 의외로 고독하다. 이른 아침 안장에 오르면 해 질 녘 새로운 숙소에 짐을 내려놓을 때까지 말 한마디 나...2015-07-18 20:59
해충이 물꼬 튼 ‘팍스 스카치위스키’ 시대영국이 해외로 위스키를 수출하며 매년 벌어들이는 돈은 약 25억파운드, 한화로 4조원 가까운 엄청난 액수다. 이슬람인들이 증류기에서 금을 뽑아내려던 연금술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 와중에 그들이 개량을 거듭한 증류기는 유럽에 전파되며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정착...2015-07-04 15:13
살아남기 위하여, 자 건배!퇴각 중인 한 부대가 노상에 쓰러져 있는 아군 주검 몇을 발견했다. 폭염과 탈수와 허기로 쓰러진 듯한 그들의 얼굴은 이미 까마귀처럼 검었는데, 그중 하나의 맥이 아직 간당간당 붙어 있었다. “어이, 사끄레씨앙을 빨리!” 증류주의 일종인 그 술을 한 모금 흘려넣자 당장이...2015-06-23 08:35
일본은 어떻게 위스키 강국이 되었나지난해 벽두에 세계 주류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짐빔과 메이커스마크, 캐나디안클럽 등 유수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미국의 주류회사 빔 그룹이 일본의 산토리 위스키로 160억달러에 넘어갔다는 뉴스가 발표된 것이다. 스코틀랜드에 보모어, 글렌갤리오크 등 두 증류소를 확보하며 교...2015-06-07 18:42
반역자에서 선구자가 된 조지 스미스‘몰트위스키의 수도’라고 불리는 더프타운 마을에는 조그만 위스키 박물관이 있다. 눈에 띄는 것 하나가 구리로 만든 플라스크. 가로·세로 30cm가 족히 넘는 초대형 플라스크를 보면서 과연 스코틀랜드 옛사람들은 휴대용 플라스크도 엄청난 것을 들고 다닐 정도로 위스키를 사...2015-05-22 19:50
위스키에 깃든 유일한 손길‘멍키숄더’(Monkey Shoulder)라는 위스키가 있다. 위스키 제조 공정이 100% 수작업이던 시절, 그 공정의 첫 단계인 맥아제조(몰팅)는 물에 담갔다가 건지기를 수차례 반복(침맥)한 보리를 넓은 시멘트 바닥에 깔아서 일정 수준까지 싹이 자라기를 기다리는데, ...2015-05-07 22:15
4월, 술잔이 가장 무거운 달2002년 4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한 옥션에 위스키 한 병이 출품됐다. 맥캘란 60년. 1926년에 증류되어 500ℓ 용량의 셰리버트 캐스크에 담았던 술인데, 1986년 병입할 때 보니 60년이 지나는 동안 스코틀랜드의 천사들이 야금야금 다 마셔버려 남은 것은 ...2015-04-18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