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정남구 기자/ 한겨레 경제부 jeje@hani.co.kr

소꿉장난하듯 5평 농사를 짓지만, 그래도 1년 농사를 짓다 보면 특별히 애지중지하는 것이 있다. 내가 올 농사에서 가장 정성을 쏟은 것은 수세미외였다. 지난해 가을 남도의 다산초당 입구에서 구한 씨앗 몇개를 4월 초 다른 씨앗들과 함께 밭에 심었다. 정성이 부족했던지 늦도록 싹이 트지 않았다. 뒤늦게야 겨우 씨앗 하나가 싹을 틔웠는데, 미덥지 못해 결국 고향에 내려간 길에 재래시장에서 모종 6개를 사다 심었다.
수세미외는 덩굴이 참 길게도 뻗고 이파리도 넓다. 처마 밑에 줄지어 심고 타올라갈 수 있는 지주를 세워주면 덩굴이 자연스레 발 구실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도심의 주택에서도 처마 밑 화분에 줄지어 심고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밭에 심을 때는 지주를 가능한 한 높이 세워주는 게 좋다. 노란 별처럼 생긴 꽃은 참외꽃과 비슷하고, 늦가을까지도 계속 핀다. 수세미외는 어릴 때는 모양이 오이와 흡사하다. 자라면서 크기가 오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하지만 익으면 겉이 갈색으로 변하고 속이 비어가면서 놀랍게도 가벼워진다.
설거지를 할 때 쓰는 ‘수세미’를 옛날에는 수세미외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수세미외가 익어가자 먼저 익은 6개를 거뒀다. 꼭지 부분이 터지면서 호박씨만 한 검은 씨앗이 줄줄 쏟아졌다. 얇은 겉껍질을 뜯어내니 그물을 뭉쳐놓은 것 같은 수세미가 모습을 드러낸다. 천연 수세미는 화학섬유로 만든 것과 비교할 때, 세제 거품이 쉽게 새나가고 빨리 닳지만 잘 마르기 때문에 위생상 화학섬유 제품보다 훨씬 뛰어나다.
사실 내가 수세미외를 심었던 것은 부엌에서 쓰자는 것보다는 수액을 받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옛날에는 수세미 수액을 화장수로 썼다고 한다. 수액을 받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세미 원줄기를 땅에서 50cm가량 되는 곳에서 잘라 병에 꽂아놓고 빗물이 새어들어가지 않게만 해놓으면 된다. 수액은 꽃이 한창 핀 7~8월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한 그루에서 하룻밤에 1ℓ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때를 놓쳐도 10월 초에 열매를 거두면서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
나는 수세미외 열매를 거두겠다는 욕심에 여름까지는 원줄기 아랫부분을 자를 용기를 선뜻 내지 못했다. 뿌리에서 먼 곳을 잘라 수액을 받아보았는데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 9월에야 원줄기 하나를 잘라 병에 꽂아두었더니 얻은 게 겨우 50㎖ 정도다. 수액을 화장수로 오래 쓰려면 약국에서 파는 붕산을 5% 섞고, 로션 타입으로 쓰려면 20%의 글리세린을 넣어야 한다고 한다. 올해는 워낙 적은 양을 얻는 데 그쳐 그냥 세수할 때나 몇번 쓰고 말아야 할 것 같다. 수세미 수액은 약재로도 쓰인다. 담양 소쇄원 입구 농가에서 수세미 수액을 판다는 현수막을 보고 물었더니 기관지가 나쁜 사람에게 아주 좋다고 한다. 민간요법에서는 대개 생김새가 비슷한 것을 약재로 쓰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수세미 속이 허파처럼 생겼다. 값은 고로쇠 수액만큼이나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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