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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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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와 담배

등록 2005-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정남구 기자의 주말농장]

▣ 정남구 기자/ 한겨레 경제부 jeje@hani.co.kr

대마초 흡연을 허용해도 될까?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나온 여러 연구결과처럼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전제 아래서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사람이 제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담배나 술 같은 약한 수준의 마약은 ‘적절히’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것을 이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나는 물론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사회가 ‘온정적 간섭’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마약 남용처럼 남을 해치지는 않지만 자신의 심신을 스스로 파괴하는 경우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온정적 간섭의 대상을 파렴치한 범죄인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마약 남용자에게 사회가 먼저 할 일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한번이라도 마약을 사용한 유명인사를 수사기관이 붙잡기라도 하면, 그들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분위기를 잡곤 했다. 치료감호보다 인신구속이 먼저였다. 어쩌면 그 덕에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지대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인권의 희생 또한 적지 않았다. 대마초가 정말 담배만큼도 해롭지 않다면, 처벌은 물론이고 온정적 간섭조차 필요 없는 것 아닐까?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당신도 피워봤느냐”는 질문이 이어지곤 한다. 물론 아니다. 빌 클린턴과 달리, 나는 대마초를 입에 대본 적도 없다. 어릴 적 길가에 대마가 자라는 것을 본 일은 있다. 들에서 자란 대마는 가지와 잎이 무성한 키 작은 대나무 같다. 70년대 초까지도 집에 베틀이 있었으니, 대마가 야생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대마관리법이 제정돼 대마를 함부로 취급할 수 없게 된 것은 1976년부터다.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앵속)를 집에서 몇 포기 키우는 일도 예전에는 흔했다. 양귀비꽃은 절세미인에게서 이름을 따온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그 꽃을 보려고 양귀비를 키운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것보다는 약이 귀한 시골에서 비상약으로 쓰려고 기른 사람이 많았다. 아직 덜 여문 양귀비의 씨앗주머니에 칼집을 내면 그 자리에 젖빛 진액이 나온다. 그것이 모르핀의 원료가 되는 생아편이다. 시골에서는 양귀비를 뿌리째 뽑아두었다가 급히 진통제가 필요할 때 끓여 그 물을 먹였다고 한다. 법은 그런 사람들도 처벌했다.

정작 사회가 온정적 간섭을 해야 할 대상은 담배(니코틴) 중독자라고 나는 본다. 어릴 적에 보니 일부 노인들은 밭에서 딴 담뱃잎을 말려 썬 뒤 얇은 종이에 직접 말아 피웠다. 맛이 아주 썼을 텐데도 담뱃값은 부담스럽고 끊지는 못하니 그랬을 것이다. 20년 가까이 담배를 피워오면서 나도 몇 차례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몇달 만에 굴복했다. 또 담뱃값이 크게 올랐다. 흡연자가 건강보험료를 축내니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값을 올려 금연을 유도한다는 것은 좀 억지 같다. 금연 치료를 무료로 도와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담배를 못 끊는 친구들은 요즘 “주말농장에 담배 몇 그루 심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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