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플뢰르와 종숙의 거리

이주의 그분
등록 2012-05-23 15:45 수정 2020-05-03 04:26
르몽드 누리집 갈무리

르몽드 누리집 갈무리

플뢰르 펠르랭(39). 그의 이름 ‘플뢰르’는 프랑스어로 꽃이라는 뜻이다. 그는 5월16일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에 임명됐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김종숙이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달 만에 버림받은 그는 프랑스 원자물리학자와 주부였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한국계 인물로는 처음으로 외국 장관 자리에 오른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6살에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고 17살에는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에 진학했으며,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국립행정학교(ENA) 등 최고 명문학교를 거쳤다. 26살 때부터 감사원에서 문화·시청각·미디어·국가교육 담당을 맡아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2002년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연설문 작성을 도우며 프랑스 정계에 입문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는 정책 담당 등을 맡았다.

그의 부모는 고향을 잊지 말라며 호적에 한국 이름을 남겨뒀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 민영방송 (TF1)은 그의 입각 소식을 전하며 “펠르랭은 자신을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여성·젊음·다양성 등의 꼬리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사실 우리는 프랑스 정계에서 꽃이 된 한국계 입양인 소식에 미안함을 덧댄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그에게 한국은 출생지 이상의 의미가 없는 공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