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 하는 거,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라도 조심해야죠. 종종 아랫사람들이 그분의 말씀을 잘못 받아적기도 합니다. 높은 분의 본심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다.” 이 말씀도 그렇습니다. 이거 와전된 겁니다. 오보라는 얘기죠.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똑바로 전해야죠. 그러다 높은 분이 놀림거리라도 되면 어떡합니까. 부글부글, 그분의 본심을 정확히, 속시원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높은 분은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과 범인 도피 혐의로 결국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법을 어긴 대가로 의원직에서 쫓겨났습니다. 사업에도 손을 댔습니다. 동업자가 주가조작을 해서 5500명의 투자자에게 1천억원 넘게 피해를 끼쳤습니다. 높은 분이 그 사기극에 동참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나왔지만, 나중에 “동참한 주
체가 나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말로 비난을 피했습니다. 수백억원대의 자동차 회사와 서울 강남의 땅을 숨겼다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이거 참, 도덕적으로는 완벽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높은 분이 그걸 모를 리 있을까요. 그분의 본심을 전하겠습니다. “이번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다. 나만 빼고.”
높은 분은 4대강에 무척 애정이 많으셨습니다. 나라 예산을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습니다. 그게 다 나랏돈, 그러니까 국민의 세금이었습니다. 공사비는 모조리 건설회사에 돌아갔습니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세금도 화끈하게 깎아주셨죠. 이번 정권에서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는 66조원을 넘습니다. 온 국민이 사이좋게 나눠가진다면 갓난아이도 132만원을 받을 수 있는 액수지요. 상위 10%만 받는다면 한 사람당 1320만
원씩 받았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부유층에 몰아준 선물은 후했습니다. 복지에는 인색했지요. 앞선 정권은 해마다 10%씩 복지예산을 늘렸습니다. 이번 정권은 8% 정도씩만 올렸습니다. 이전 정권만큼 복지예산이 불어났다고 가정하면, 이번 정권은 4년 동안 18조원의 복지예산을 덜어낸 거죠. 복지 혜택은 빈곤층에 많이 돌아가는 건 잘 아시죠? 홍길동을 의적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빈자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반대로, 빈자들의 돈을 빼앗아 부자들에게 나눠준 정권은 뭐라고 할까요. 각하의 본심은 이걸 겁니다. “이번 정권은 도적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다.”
그분의 가족도 만만찮습니다. 높은 분의 형님은 비서 계좌에 묻어둔 8억원이 들통났습니다. 뇌물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돈입니다. 2억원의 공천자금을 뇌물로 챙기셨다는 비서님의 증언도 새로 나왔군요. 높은 분의 아드님은 나랏돈을 써서 자신의 집을 사들인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도 덤으로 붙었습니다. 부인께서는 한식을 홍보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자신의 화보집을 찍으셨습니다. 물론 출판비는 나랏돈에서 나갔죠. 그 밖에도 뇌물 수수 등으로 구속되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는 가족들도 참 많습니다. 처사촌, 사촌처남, 조카사위, 손윗동서, 손윗동서의 동생 등등입니다. 세금을 가로채거나, 뇌물을 받으라고 아이에게 가르치는 부모는 없겠지요. 왜일까요. 그게 다 남의 돈을 가로채는 짓이니까요. 그러니까, 높은 분이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습니다. “이번 정권은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다.” 어때요, 대통령님, 이제 속 좀 시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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