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씨름. 한겨레 자료
→ 저는 11년차 기자입니다. 그동안 온갖 종류의 취재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취재는 정말 어렵더군요. 팔이 긴 사람이 팔씨름에 유리하다는 속설에는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물리학에서는 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질량, 길이, 속도, 가속도 등을 꼽습니다. 야구 타자를 예로 들면,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때, 몸무게가 무거운 선수, 배트의 속도가 빠른 선수가 홈런을 더 많이 칠 것입니다.
길이의 영향에 대해 설명하려면 ‘모멘트’라는 물리학 개념을 동원해야겠군요. 모멘트는 힘을 가해서 물체를 회전시키는 정도를 말합니다. 이 모멘트를 측정하는 공식은 ‘M(모멘트)=F(가해지는 힘의 크기) × d(힘이 작용하는 지점과 회전축 사이의 거리)’입니다. 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힘이 작용할수록 더 많이 회전한다는 이야기죠. 골프 클럽이 길면 그만큼 공의 비거리가 길어지는 것도 이런 원리입니다. 팔꿈치를 축으로 손이 회전하는 팔씨름에 이를 적용하면, 같은 힘을 가했을 때 축으로부터 힘의 작용점이 멀리 떨어진 사람, 즉 팔이 긴 사람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팔이 짧은 사람이 유리하다는 속설도 타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각도로 회전하는 운동에서 M(모멘트)은 ‘F(가해지는 힘의 크기) × d(축으로부터의 거리) × sinθ(각도에 대한 사인값)’으로 결정됩니다. 사인값은 90도일 때 가장 큽니다. 팔꿈치와 팔이 90도 각도가 되도록 하면 가장 큰 힘을 작용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팔이 긴 사람과 팔이 짧은 사람이 팔씨름을 위해 손을 마주 쥐면, 긴 사람의 팔 각도가 넓어지고 짧은 사람의 팔 각도는 90도에 가까워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팔이 짧으면 팔꿈치와 팔의 각도를 90도로 유지하기 쉬워서 그만큼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팔씨름 선수들은 주먹이 몸 쪽에 붙어 있을 때 유리하다는 것을 ‘실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는군요.
그런데 팔씨름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에게 제 팔목을 잡으라고 내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건 팔길이와는 별 상관이 없고, 두 사람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팔목을 잡힌 사람이 유리해지는 원리예요. 팔목을 꺾고 시작하니까 힘의 작용 지점이 팔목을 잡힌 사람에게 유리해지는 거죠. 팔씨름할 때 손목을 빨리 꺾는 기술이 중요하잖아요. 초반부터 상대편 손목을 꺾을 수 있다면, 무게중심을 쉽게 이동시켜 이길 수 있겠지요.
팔 길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팔씨름을 지배하는 것은 물리학 원리가 아니라 ‘근육량’이거든요. 팔이 길건 짧건 힘이 센 사람이 이기는 거지요. 팔씨름에도 30가지가 넘는 기술이 있다는군요. 팔씨름을 잘하려면 팔 길이 핑계는 그만하고 대한팔씨름협회(www.caa.or.kr)에서 기술을 전수받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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