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장어죽 한 그릇 다수리가 끝나는 어두니골 어귀에 보를 막아 우리 집 앞까지는 2km가 넘는 잔잔한 모래강이었습니다. 우리 집 위쪽에서 서서히 여울이 지다가 삼치라우소 근방부터는 아주 사나운 여울이 지고 삼치라우 소용돌이를 만나게 됩니다. 저녁때면 모래밭에 거뭇거뭇 골뱅이가 즐비했습니...2016-08-19 23:47
빠지직 삐지직 가재 씹는 소리말복 더위에 아들은 어두니골 범석이네 집 앞 웅덩잇가에서 가재국을 끓여 먹고 놀기로 합니다. 점심을 해먹을 수 있게 각자 재료 한 가지씩 가지고 모이기로 합니다.뼛속까지 시원한 샘물이 쫄쫄 흐르는 어두니골 도랑을 뒤져 가재를 잡습니다. 가재는 물이 찌질찌질한 도랑가에 ...2016-07-16 17:12
도토리 믿고 송아지를 샀네어린 날 할머니를 따라 도토리를 엄청 주워 나른 적이 있었습니다. 풍년이 들어 산이고 들이고 모든 열매가 풍성했던 가을이었습니다.큰오빠와 작은오빠와 나는 학교를 결석하고 며칠 동안 도토리를 주웠습니다. 아침 일찍 삼베 보자기에 밥을 싸고 막장에 박은 마늘종장아찌를 김치...2016-06-24 17:26
평생에 한번은 실컷 먹어봤다고 굴비가 먹고 싶어! 굴비가 먹고 싶어~.호섭이는 자면서 잠꼬대를 합니다. 호섭이가 굴비 먹고 싶다고 하길래 호섭이 어머니는 쪼그만 놈의 새끼가 별것이 다 먹고 싶다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안 사주었습니다. 많은 가족이라 제사 때 굴비 한 마리 사면 어른들이나 ...2016-05-29 09:08
뱀가루 넣고 국 끓이니 고기맛이 나네횡성집은 도시에 사는 친척이 많습니다. 항상 도시 사는 친척들이 오가며 새롭고 좋은 것을 많이 갖다줍니다. 횡성집 댁은 반찬 잘하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횡성집 댁이 뭐이나 해놓으면 꿀드라미를 잡아다 넣었는지 꿀드리~한 기 맛있다고 합니다. 아무도 모를 적...2016-05-13 17:26
미역을 두르고 오빠가 돌아왔다 농사가 시작되는 이른 봄입니다. 밭에서 일하시던 어머니가 어둑어둑할 때에 수제비나 끓여먹어야 하겠다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동원훈련 갔던 작은오빠가 한 달 만에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그냥 온 것이 아니라 파랗고 올이 길고 잘생긴 미역을 한 아름 메고 왔습니다. ...2016-04-21 19:01
아해가 달걀을 깨뜨려도 좋소원내네 집은 마당가로 길이 난 집입니다. 원내네 집 툇마루는 지나다 걸터앉아 쉬어가기 좋습니다. 사람들은 원내네 마루에서 쉬다가 어린 원내를 보면 뭐든지 나누어주고 갑니다. 자연히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친한 사람도 많아졌습니다.원내 어머니는 어린 원내를 데리고 닭을 키...2016-03-31 19:18
이빨로 박박 긁어먹던어느 날 학교에서 내일은 우윳가루 배급을 할 테니 보자기를 하나씩 가져오라고 합니다. 아들(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후 보자기를 들고 줄로 서서 우윳가루를 배급받습니다. 미국 우윳가루는 신기하게도 도루마 깡통 비닐 자루 속에 들어 있습니다. 나는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입...2016-03-10 22:14
주먹밥 먹으며 공기 천 판공기 천 판 내기 결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공기 천 판이 끝나는 날까지는 점심은 돌아가면서 한 번씩 주먹밥을 싸다 먹기로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바쁜데, 그냥 밥 싸주기도 힘든데 하시면서 주먹밥을 만드십니다. 좁쌀, 강냉이쌀, 검정콩에 쌀이 약간 섞인 밥에다 무수 장아...2016-02-26 11:09
국이 국이 좋기는 도야지 내장국이 좋지보름 3일 전쯤 우리 동네에서는 잘 키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사람들이 자기가 가져가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고기를 나누어 가집니다. 남은 내장으로는 내장국을 끓여 동네 보름 미리 잔치(전야제)를 합니다. 올해는 우리 집 돼지를 잡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돼지를 잡...2016-01-14 18:38
그해 겨울은 고소했네일교 어머니는 입맛이 아주 똑 떨어졌습니다. 입에 무엇을 넣어도 모래알 씹는 것 같습니다. 한 해 여름을 그렇게 굶고 나니 허리가 착 꼬부라지고 뱃가죽이 등에 붙었습니다. 날마다 골이 우리~하게 아픕니다. 어질어질해서 일도 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무슨...2015-12-19 18:36
이 사람아, 전나무물을 해먹게사람들은 송일원 할아버지를 팔불출 또는 전나무물 할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송일원 할아버지는 입만 벌렸다 하면 자기 아내 얘기를 합니다. 또 누가 아프기만 하면 전나무물을 해 먹으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육이오가 끝나고 아군 선발대가 동네를 지나면서 빨갱이와 내통한 사...2015-11-12 20:38
영철이 아부지 왜 호박잎을 안 먹어유?영철이 아부지는 호박잎쌈을 안 먹습니다. 호박잎을 보기만 해도 속이 뒤틀리고 메스껍다고 합니다. 자기만 안 먹는 것이 아니라 가족도 영철이 아부지 보는 데서는 호박잎쌈을 못 먹습니다. 자기 마음 같아서는 아예 호박을 심지도 않았으면 좋겠는데 가족을 위해서 호박을 심습니...2015-10-31 02:58
고추장에 밥 비벼 양푼째 올린 제사상구라우에서 시집온 새댁은 제삿날 시어머니 몰래 이밥을 한 주걱 훔쳐 찬장 밑에 감춰두었습니다. 다들 잠든 틈을 타 몰래 고추장 한 숟갈 넣고 비벼먹을 생각입니다. 새댁네는 논농사를 안 해 제삿날에만 이밥을 먹어볼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야속스럽게도 뭐든 아낍니다. 고...2015-10-08 21:24
“꼭 묵 처먹고 가시길 바랍니다”구경거리가 없던 시절 추석 때면 동네마다 연극을 했습니다. 가을걷이로 가장 바쁠 때인데도 청년들은 동네 사랑방에 모여 연극 연습을 합니다. 밤낮 너무 바빠서 코피 터지기가 일쑤였습니다. 어떤 동네는 연극을 출중하게 잘해 평창극장에서 2~3회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청...2015-09-19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