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색칠공부“공주는 밖에 있는 걸 좋아해요.” 종이에 쓰인 문장은 하나, 당연하다. 어서 빨리 크레파스를 들고 달콤한 풍경을 그려줘야 한다. 이미 그려져 있으니까 색만 칠하면 된다. 새를 까마귀로 만들거나 꽃잎에 파란색을 칠하면 엄마들은 의심할 것이 분명하다. 아이의 정신 상태를...2013-03-09 03:42
타향, 다른 사람의 가족베를린에 표종성(하정우)만 있었던 건 아니다. 화가 배운성도 있었다. 1922년 봄, 그는 이 도시에 도착했다. 작품의 이동보다 흥미진진한 건 작가들의 움직임이다. 어디든지 헤집고 다닐 수 있는 자유? 이보다 작가들을 매섭게 자극하는 건 제한 조건이 많은 이동일지 모른...2013-02-23 12:30
파란 눈, 한국이 궁금해?세상에는 질문이 산적하고 남들의 물음표에 대답해야 하는 이도 많다. 가까이 보자면 114 전화번호 안내원도 그렇고, 네이버 지식인에 열심히 답을 다는 게 취미인 내 초딩 조카도 그렇다. 타인이 궁금해하는 걸 확 잡아채서 그걸 자신의 작업으로 만든다면 꽤 괜찮은 모양이 ...2013-02-01 16:30
일요화가 김종필과 루소헌책방에서 책상달력 하나를 본 적 있다. 정치인 김종필이 그린 그림들로 이뤄진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몇 년도 달력인지 적었다면 좋았을걸. 그림 실력보다 어깨 힘이 들어간 장면은 붓을 잡은 이의 포부가 담긴 사진이었다. 기억나는 건 그림이 아니라 그것뿐이다. 화구를 들...2013-01-19 01:28
비명을 그려볼까요지난 며칠 비명을 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을 타도 자리 양보는 하기 싫은 그런 유치찬란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분노의 승화 방식에 대해 다시 웃으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새해가 왔으니까! 2012년 한 해 보았던 작업들 중에서 나는 작가 김범의 을 보며 가...2013-01-05 00:34
귀한 물음표택시 안에서 눈이 잠깐 마주치면 질문이 잽처럼 날아온다. 누가 될 것 같나요? 낯선 이들과 요즘처럼 짧고 굵은 대화를 나눠본 건 처음이다. 질문에 이미 굳은살 박인 답이 담긴 경우도 있지만 정말 투명한 눈으로 이 난항을 함께 풀어보자는 제스처도 간혹 느낀다. 누구나 많...2012-12-21 19:02
공주가 못생겼을 때공주가 못생겼을 때 화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눈·코·입 하나 다르지 않게 있는 그대로 그리는 방법이 있을 테고, 눈 딱 감고 자기 마음속에 있는 어떤 딴 나라의 미인을 생각하며 붓질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궁정)화가만이 알고 있는 얼마나 많은 방법이 있을까. 알게...2012-12-07 23:36
과거 없인 ‘미래지향’도 없다지난회 칼럼에서 이야기한 홍성민 작가는 ‘태업’ 또는 ‘파업’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어떤 예술가는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보다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예술가들의 창작욕,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간 외 추가 노동’을 불러일으키는 ...2012-11-23 19:40
파업하는 대통령 후보는 없나11월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제7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12)의 제목은 ‘너에게 주문을 건다’였다.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노래에서 따온 것인데, 가사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구절은 “아니, 아니,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2012-11-09 21:50
애니팡 아니면 뭐하고 노나게임 ‘애니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노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잘 놀 줄 모르는 어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옆자리 사람들 중 두세 명은 팡팡 시원하게 터트리고 있다. 눈에서 빛을 뿜으며 게임하는 어른들을 보며 난 뭐하고 노는 건가 자문한다. 피터...2012-10-24 16:11
고양이 털 앞 가을은 절정‘고양이를 찾습니다’ 전단지를 자주 본다. 전봇대에 붙어 있는 고양이 전상서. 고양이가 이 주인의 마음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단지에는 가족을 잃어버린 애통한 심정이 묻어난다. 트위터를 통해 잃어버린 냥이들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냥이 가족들은 냥이의 키, 몸무게...2012-10-09 17:52
함께하지 않고도 함께내 친구 중에는 세계를 둘로 쪼개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진 이가 있다.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친구가 쓰는 글의 첫 문장은 세계를 두 부류로 나누고 시작하는 것이었다. 친구의 어법을 따르면 세상에는 언제나 두 부류의 사람이 있고 이 둘은 서로 말을 섞기 힘들다....2012-09-18 20:55
‘제2의 박대기’를 낳은 풍경다 이 그림 때문이다. 태풍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밧줄을 목에 걸고 리포트하는 기자들이 출현한 것은. 대자연의 변덕과 재앙 앞에서 휘청거리는 인간의 초상화를 이번 태풍 보도 뉴스에서 하릴없이 보았다. 귀한 목숨까지 앗아간 태풍 볼라벤의 위력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이야 ...2012-09-04 17:43
그리운 ‘흰 벽’이인성(1912~50) 탄생 100돌 기념 전시를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눈 감은 자화상이다. 눈이 없으면 아무것도 완벽하게 그려내지 못했을 그가 눈을 꼭 감은 채로 자신을 그려넣은 건, 언제가 팀 버튼의 만화책에서 본 눈알을 물가에 잠시 빼놓고 쉴 시간을 주는 장...2012-08-22 14:39
바다는 ‘얼음’ 과거에 그려진 어떤 그림을 보면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를테면 일본 에도시대의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가 그린 파도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영화 의 고담시티 장면 따위는 시시하다고나 할까. 그가 갖고 있던 재료는 텔레비전 모니터도 인...2012-08-08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