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비명' 화면 갈무리
지난 며칠 비명을 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을 타도 자리 양보는 하기 싫은 그런 유치찬란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분노의 승화 방식에 대해 다시 웃으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새해가 왔으니까! 2012년 한 해 보았던 작업들 중에서 나는 작가 김범의 을 보며 가장 많이 웃었다.
비디오 작업과 페인팅 작업으로 이뤄진 은 작가가 던지는 질문과 해답이 반사거울처럼 각각을 우스꽝스럽게 비추는 형국이다. 교육방송의 그 유명한 밥 로스 아저씨를 패러디하고 있는 영상 속 남자는 “참 쉽죠? 자 이제 거의 다 됐네요”라며 ‘노란 비명’ 그리기를 몸소 실천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란 비명이라니 어떻게 그릴 수 있단 말일까? 끼야아아악, 꺅, 어하하하하, 안에 응어리져 있던 묵직한 비명 소리를 내며 노란색을 휙 그은 남자는 이어 짜증이 담긴 비명도 그려봐야 한다며 꺅 소리를 짧게 지른다. 그리고 예의 능청스러운 지도자의 말투로 희열에 찬 비명도 있다며 경쾌하게 끼야악 소리를 ‘기’를 불어넣듯이 화면을 향해 지른다. 소리를 내는 시간과 강도만큼 노란색을 칠하며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남자의 논리는 기괴하지만 밥 로스의 말투처럼 단호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묘하게 빠져들게 된다. 2012년 광주 비엔날레에 선보였던 이 작품을 보며 많은 관람객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비명이라는 소리를 회화로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불가능한 질문을 어떻게 나눌 수 있단 말인가. 작가 김범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수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던졌을 여러 질문들의 무게는 휙 던져버리고 답을 제시하는 자신의 위치를 희화화한다. 엉뚱하고 허무맹랑한 미술교사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영상 속 남자는 물론 작가 김범은 아니지만, 그간 작가가 품었던 그리기에 관한 불신과 오해, 비명을 지르고 싶은 갈등의 순간들을 보여주는 작가의 또 다른 얼굴일 것이다. 작가의 심오하고 고도의 깊이감을 가진 질문은 어린애가 아무 생각 없이 천진한 해답을 던질 때처럼, 가볍지만 허를 찌른다.
누군가 우리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작가 김범은 비디오 작업 옆에 화면 속 남자가 그리고 있던, 그리고 마침내 완성한 노란 비명의 그림을 걸어두었다. 비명을 꾹 참는다 해도 바로 하하하 통쾌한 웃음이 나올 리 없다. 다만 노란 비명, 빨간 비명, 파란 비명 모두 다 불러내 바닥까지 내려가보면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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