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시큰거리도록 악수를 하고, 허리가 부러지도록 인사를 하고, 때론 몇 번이나 쓴잔을 마시고서야 단 ‘금배지’인데, 공직선거법에 발목이 잡혀 이를 반납해야 할 위기에 몰린 국회의원이 13명이다. 1·2심을 합쳐 당선무효형인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원만 해도 그렇게 많다.
공천헌금 제공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한 여성의원은 요즘 폭식증에 시달린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그를 만난 한 보좌관은 “갑자기 살이 많이 쪄서 깜짝 놀랐다. ‘의정활동 열심히 하시느라 사람들 많이 만나시나 봐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요즘 좀 많이 먹어서요’라며 억지로 웃는데 안됐더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무렵부터 의원회관 사무실이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늘 입에 무언가를 달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인기피 증세까지 더해져 전화조차 잘 받지 않는단다. 특히 기자들이 전화를 하면 사무실에 있는데도 “없다”는 보좌진의 답이 돌아온다.
판사의 무심한 말 한 마디를 동앗줄 삼기도 한다. 영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판사가,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기소 내용에 4만3천원짜리 케이크를 선물한 일이 들어간 걸 본 판사가 “4만3천원이 맞느냐?”고 검사한테 물었다는 것이다. 아전인수식 해석일 수도 있지만, 그에겐 너무 절박한 한 마디다.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늘 자신의 공소사실을 품 안에 넣고 다니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꺼내 보여주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하곤 했다. 그만큼 신경이 온통 재판에 쏠려 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최근 무죄판결을 받아 한시름 놓은 경우다.
유죄판결을 받으면 판결 결과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은 산악회 회원들의 야유회 경비로 240만원을 건넨 혐의(기부행위)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16대 국회에서 당선됐다가 17대 때 낙선한 뒤 와신상담해 되찾은 국회의원 신분이다. 국회 정무위 한나라당 간사로서 당 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복잡한 금융 관련 법안도 공부하면서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치밀어오르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는 “내가 돈을 줬다는 증거도 없고, 받았다는 사람의 주장 말곤 다른 증언도 없다. 1심 땐 내가 대답을 잘 못해 그렇게 됐지만, 2심 땐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무죄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 무효가 될 경우 해당 지역구 공천을 받아 재선거에 출마하려는 당내 경쟁자들도 신경 쓰이는 존재다. 의원들은 무엇보다 지역구 민심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진땀을 뺀다.
무혐의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든, 태연한 듯 자기최면을 걸든 마음 한구석 혹시나 하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의원의 부인 박수애씨가 문 의원의 ‘유고시’에 대비해 서울 은평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이유다. 문 의원까지 잘못되면 창조한국당은 소속 의원 3명 가운데 2명을 잃게 된다. 이래저래, 그들의 겨울은 추워 보인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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