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진 기자csj@hani.co.kr
4월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4·19 혁명 제48주년 기념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대독한 사람은 이 대통령과 함께 소망교회를 다녔던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해 새 시대를 여는 것이 4·19 정신을 지키고 선열의 고귀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가조찬기도회는 4·19혁명기념사업단이 주최한 행사였다. 원래 사단법인 국가조찬기도회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국가조찬기도회는 5월15일로 예정돼 있다. 국가조찬기도회란 개신교계가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국가 지도자들을 초청해 기도를 하는 모임이다.
국가조찬기도회가 처음 생긴 것은 1965년 2월27일이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국가조찬기도회를 본뜬 ‘국회조찬기도회’를 열었다. 이 기도회는 이듬해 ‘대통령조찬기도회’로 이름을 바꿨다. 말 그대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이었다. 기도회의 명칭이 국가조찬기도회로 바뀐 것은 1976년 제8회 모임부터였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그 뒤에도 꾸준히 열려왔다. 이를 두고 교계 안팎에서는 교회의 정치 참여라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1980년 8월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여 명의 교계 대표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는 당시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까지 됐다. 비록 이 기도회에는 국가조찬기도회라는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형식과 참석자들은 다르지 않았다.
비슷한 모임으로 국회조찬기도회가 있다. 이 기도회는 1965년 6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시작됐다. ‘국회 복음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국회조찬기도회는 정기적인 성경 공부와 기도회를 하고 있다. 장소는 국회 의원회관이 주로 활용된다.
에 따르면, 이번 18대 총선 당선인 가운데 개신교 신자는 전체 299명 가운데 32%에 해당하는 97명에 이른다. 17대 국회의 122명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들은 목사(1명)와 장로(10명), 집사(44명) 등 다양한 교계 직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조찬기도회든 국회조찬기도회든 여야와 정파를 초월한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을 도모하는 것은 나쁠 게 없다. 때로는 신앙 앞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노선이 무력해지는 경우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인물이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인 유재건 자유선진당 의원이다. 유 의원은 2006년 사학법 파동 당시 당론과 다르게 “사학법 재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당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뒤늦게 수습에 나서기는 했지만 당의 체면은 이만저만 구겨진 것이 아니었다. 올 초 유 의원은 한 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뒤늦게 털어놓았다.
“대중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하는데 이상한 개혁정책만 내놓았다. 사학법도 그렇고. 참고 또 참다가 당을 떠났다. 국회의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것이지 당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하다. 다만 유 의원이 교회의 이익이 곧 ‘국가와 민족’의 이익이라고 이해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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