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38만4400km.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과 멀어지려는 힘이 팽팽히 균형을 이루는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지구와 달은 돌고 돌고 또 돈다.
대한민국 정치판에도 지구와 달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서울 여의도의 지구와 달은 원래 한 덩어리였다는 점, 그리고 한 쌍이 아니라 네 쌍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가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래희망연대는 한나라당 주류가 18대 총선 공천 때 박근혜 전 대표 쪽을 탄압했다며 뛰쳐나온 이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 당명은 ‘친박연대’로, 일부 누리꾼은 ‘우주 최초 팬클럽 정당’이라며 ‘열광’했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시한 친노 진영이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해 만든 정당이다. 진보신당은 2007년 대선 참패와 일심회 사건 처리 문제를 놓고 민주노동당 내부의 정파 갈등이 폭발하면서 뛰쳐나온 평등파(PD)가 만들었다. 하지만 그 후과로 노회찬·심상정이란 진보 진영의 빅스타마저도 모두 18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국민중심연합은 자유선진당을 탈퇴한 심대평 의원이 창당을 준비하는 ‘충청권 신당’이다. 심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가 자신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반대하자 탈당했지만, 사람이 모이지 않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은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정책에 입각해 일반적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결합한 정치결사”(네이버 백과사전)다. 하지만 정견과 추구하는 정책이 달라 각각의 ‘지구와 달’ 조합이 생겨났다는 흔적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갈라진 이유는 이해관계에 가깝다.
이 이해관계는 갈라져나온 달, 즉 ‘위성정당’에 판을 뒤흔들 가능성을 안겨줬다. 상황에 따라 캐스팅보터가 돼 ‘이기는 편’을 결정할 수도 있고, 고스톱판의 ‘쇼당’처럼 손해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재밌는 건 그 역할을 하는 게 보수 정당이냐 개혁·진보 정당이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미래희망연대와 국민중심연합은 각각 한나라당·자유선진당의 지지 기반을 가를 요량이다. 이미 미래희망연대는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를 대거 낙선시켰고, 비례대표만도 8명이나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진보신당·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민주당과의 연대가 생존 법칙이다. 민주노동당 자주파(NL)의 종북주의·패권주의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먼저 탈당한 조승수 의원도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선 민주노동당과 먼저 후보 단일화를 이뤄야 했다. 국민참여당은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서울시장 선거에 유시민 전 장관이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이들 4당은 지방선거 야권 연대의 주축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에도 각각 조합 내부의 관계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와 달은 돌고 돌고 또 돌면서 서로를 어둠 속에 가릴 때도 있고,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어줄 때도 있다. 여의도를 도는 ‘지구와 달’은 6월2일 서로를 어떤 존재로 만들게 될까.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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