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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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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2012

등록 2012-01-03 13:55 수정 2020-05-02 04:26

운명의 해가 밝았다. 2012년, 파란만장할 것이다. 6자회담 여섯 당사국의 권력 재편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반도 정세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 한국에선 두 개의 중대 선거가 예정돼 있다. 4월11일엔 총선이, 12월19일엔 대선이 치러진다. 한 해 내내 정치적 격동이 불가피하다. 북한에선 2011년 12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3대 세습’과 ‘최고 지도자’ 등극으로 권력 교체가 예상보다 당겨졌다. 김 위원장 사후 북쪽 지도부의 나름 질서 있는 대응으로, 외부의 ‘급변 사태’ 우려와 기대는 어느 정도 꺾이게 됐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안정적 리더십을 보일지는 아직 전망하기 어렵다. 하나의 ‘불확실성’이 가신 자리에 또 다른 ‘불확실성’이 들어선 형세다.
다음으로 한국전쟁 당사자이자 세계의 강자인 미국과 중국. 미국에선 11월6일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지만, 인기가 낮아 예단하기는 어렵다.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의 엇갈린 대북정책이 보여줬듯,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이 대세를 잡느냐가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선 10월 당대회 때, 현재 국가부주석인 시진핑이 국가주석 자리에 오르며 5세대 지도부 시대를 열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 내부의 예정된 권력 이양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시해온 중국의 현상유지적 한반도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없다.
러시아에선 3월4일 치러질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3선 성공 여부가, 일본에선 노다 요시히코 내각이 얼마나 갈지가 관심사다. 하지만 두 나라가 한반도 정세에 끼칠 영향은 남·북·미·중에 비해 제한적이다.
동북아 6국의 권력 재편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5천만 한국민 개개인의 일상적 삶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변수다. 지구적 탈냉전 흐름이 20년을 넘긴 지금도 한반도만 ‘냉전의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의 권력 재편 방향을 결정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한국민의 선택은 동북아 정세에 관건적 중요성을 지닌다. ‘미·중이 중요하지 한국이 무슨…’이라고 되묻고 싶은가. 지난 4년간 이명박 정권이 한반도 정세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데 얼마나 결정적 구실을 했는지를 돌이켜보라. 당장 미·중·일·러와 달리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다는 기본 방침’을 앞세운 이명박 정권의 ‘무정견·무교양’한 조문 대응은, “리명박 역적 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맞대응 성명을 불러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권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남북관계 개선의 디딤돌로 삼을 기회를 스스로 버린 셈이다. 다시, 남북관계는 ‘시계 제로’다. 지난 4년 내내 조마조마하게 겪은 군사적 갈등 따위를 2012년에도 되풀이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4·11 총선의 의미가 각별하다. 총선 결과는 12·19 대선을 규정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총선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협력을 중시하는 세력이 대세를 장악한다면,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의 대책 없는 대북 강경책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총선·대선의 결과는 낮춰잡아도 앞으로 10년간 한국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합리와 이성, 열정과 사랑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지혜로운 참여와 연대가 민주와 평화의 길을 열 것이다. 건투를 빈다.
이제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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