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살던 힌드 라잡(5)은 2024년 1월29일 피란길에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일가친척 7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AP 연합뉴스
2024년 1월29일 오전 9시32분께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살던 바샤르 하마다(44)는 아내 아남(43)과 자녀 5명, 조카 1명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군의 ‘대피명령’이 내려진 터다. 피란하던 차는 집에서 북쪽으로 불과 300~400m 떨어진 지점에 멈춰 섰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하마다 부부는 물론 사나(13)·라가드(12)·무함마드(11)·사라(4) 자녀 네 명이 숨졌다. 장녀 라얀(15)은 부상을 당했다. 사촌동생 힌드 라잡(5)만 무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조대와 전화 연결이 됐다. 라얀은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하고 있다. 탱크가 바로 앞에 있다. 우린 차 안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추가 질문을 하려는 순간 총성과 함께 라얀의 비명이 들려왔다. 통화는 끊겼다. 구조대가 다시 연락했을 때, 전화를 받은 건 라잡이었다. 라잡은 숨죽인 채 떠듬떠듬 “가족이 모두 죽었다. 탱크가 앞에 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빨리 와서 구해달라”고 말했다.
구조대가 현장에 접근하려면 이스라엘군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오후 5시40분께 허가가 떨어졌다. 출동한 구조대는 오후 6시께 현장 부근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빨리 와서 구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라잡과도 교신이 끊겼다. 구조대도, 라잡도 현장에서 숨졌다. 전세계가 공분했다. 이스라엘군은 사건 발생 2년6개월여가 지난 2026년 8월19일에야 라잡 사건을 포함해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 사건 10여 건의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1049일째를 맞은 2026년 8월19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3409명이 숨지고 17만433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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