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메릴 스트립(왼쪽)이 2024년 9월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주제로 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4년 9월23일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주제로 한 행사가 열렸다. 연사로 초청된 배우 메릴 스트립(75)이 “전세계의 친구들에게, 특별히 아프간의 자매들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1971년 이곳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해에 스위스에서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됐다. 아프간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것은 그보다 반세기 이상 빠른 1919년이었다.”
절대군주 아마눌라 칸이 추진한 개혁정책 덕분이었지만, 아프간은 여성 투표권 보장에서 세계를 선도한 나라 중 하나였다. 미국 여성들이 지난한 싸움 끝에 투표권을 쟁취한 건 1920년이었다. 아프간에선 1921년 2월 사상 첫 여성교육기관이 문을 열었다. 스트립이 말을 이었다.
“지금 카불에선 암컷 고양이가 여성보다 많은 자유를 누린다. 베란다에 나가 맨얼굴로 햇살을 받을 수도, 공원에서 다람쥐를 쫓을 수도 있다. 다람쥐도 아프간 소녀보다 많은 권리를 누린다. 탈레반이 여성과 소녀의 공원 출입을 금했기 때문이다. 카불에서 새는 어디서든 지저귈 수 있지만, 여성과 소녀는 공공장소에서 노래할 수 없다.”
탈레반은 2024년 8월 말 새 종교법 조항을 마련해 발표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소리를 내 쿠란을 낭송할 수 없게 됐다. 가족이 아닌 남성을 쳐다보는 것도, 얼굴 전체를 가리지 않은 채로 외출하는 것도 금지됐다. 스트립은 이렇게 덧붙였다.
“탈레반은 여성과 소녀가 일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차단했다. 표현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도 박탈했다. 사실상 인구의 절반을 감옥에 가둔 셈이다.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나선다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서서히 질식사하는 인구의 절반을 살릴 수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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