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랑스(관용)의 나라’를 자처하는 프랑스가 또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도 ‘라이시테’(정교분리)를 내세웠고, 역시나 이슬람교도가 표적이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2023년 8월28일 방송에 출연해 새 학기부터 공립학교에서 이슬람권 여성들이 입는 헐렁한 망토형 전통의상인 ‘아바야’ 착용을 금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이 교실에 들어섰을 때 동급생의 외모로 종교를 구별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선 같은 이유로 2004년 공립학교에서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에 쓰는 수건) 착용을 금지한 바 있다.
<프랑스24>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9월4일 개학에 맞춰 프랑스 전역의 초·중·고 학생 약 1200만 명 가운데 아바야를 입고 등교한 학생은 모두 300명 남짓이었다. 이 가운데 67명이 끝까지 옷 갈아입기를 거부했다. 이들은 “정교분리는 제약이 아닌 자유를 뜻한다. 다시 아바야를 입고 등교하면 ‘새로운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란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과 함께 집으로 보내졌다.
정교분리는 ‘자유·평등·박애’와 함께 프랑스를 받치는 4대 가치로 통한다. 19세기 말 가톨릭 교회가 공화국의 권위에 맞설 때 만들어졌다. 프랑스 통계청의 최신 자료를 보면, 프랑스인(18~59살) 29%가 가톨릭 신자다. 이슬람 신자는 10%, 기타 종교 신자도 10%다. 나머지 51%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라이시테의 명분이 옹색하다.
아바야 착용 금지가 논란이 되자 아탈 장관은 뜬금없이 ‘교복 부활론’을 꺼냈다. 프랑스에선 1968년 학생혁명 이후 교복이 폐지됐다. 앞서 프랑스 하원은 2023년 1월12일 공립학교 교복 도입 법안을 압도적으로 부결했다. 법안 대표 발의자는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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