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회식비, 명절 상여금(떡값) 등 불법적으로 사용돼온 권력 기관들의 특수활동비가 국회 상임위에서 잇따라 전액 삭감됐다. 특활비는 기밀을 요구받는 국가기관의 활동에 사용하는 예산으로 일반 예산과 달리 증빙이나 공개가 되지 않아왔다. 특활비를 많이 사용하는 기관으로는 대통령실, 검찰청, 경찰청, 감사원 등이 있다.
2024년 11월2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국회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실(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전액과 특정업무경비 1억5천만원을 삭감했다. 특활비의 사용처, 사용 목적 등에 대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루 전인 11월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경찰청의 특활비 예산 31억6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11월8일 검찰청의 특활비 예산 80억900만원과 특정업무경비 예산 506억91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의 특활비 예산 15억1900만원과 특경비 예산 45억19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조정된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은 “특활비는 말 그대로 기밀을 요하는 업무에 사용하는 예산이다. 그러나 검찰의 특활비 사용 실태를 보면, 회식비나 명절 떡값, 정기 상여금 등 엉망으로 사용돼왔다. 애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특활비 예산은 전액 삭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3년 7월과 2024년 2월 언론사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등은 4년 동안의 소송을 통해 검찰에서 받아낸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9개월 동안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모두 292억원이었다. 한 달 평균 10억원씩 사용했다. 이 가운데 156억원(53.4%)은 매달 전국 검찰청이나 검찰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됐다. 나머지 136억원(46.6%)은 검찰총장이 개인 비자금처럼 사용해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9년 8~9월 한 달에 8억원씩 특활비를 썼다. 이 가운데 4억1천만원은 윤 총장이 자유롭게 썼고, 3억9천만원은 정기적으로 전국 검찰청과 고위 간부들에게 지급했다. 윤 총장이 2019년 8월~2020년 12월까지 17개월 동안 비자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한 특활비는 70억원이었다. 한 달 평균 4억1천만원, 하루 평균 1372만원이었다. 한국 정부의 특활비 예산은 2023년 1249억원, 2022년은 2393억원이었다.
검찰 특활비를 공개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검찰 특활비는 기밀 수사비가 아니라 총장이 검사들에게 돈 봉투를 돌리는 돈이었다. 예산을 대검의 금고에 현금으로 넣어놓고 불법적으로 사용해왔다. 이제 검찰과 감사원의 특활비는 전액 삭감하고, 대통령실과 경찰은 사용 내역을 검토해 적정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의 특활비는 각각 2018년, 2023년 안보비와 정보안보비로 이름과 성격이 바뀌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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